정부, 의료계 수용 현실적 어려움에 수용해도 '현장 복귀' 불투명
의·정 갈등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의 ‘합리적 대안’ 제시를 전제로 2026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발을 물렸지만, 의료계는 수시모집 접수가 시작된 내년도 입학정원부터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2026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어떤 의제에 대해서도 형식에 구애 없이 원점에서 논의 가능하다”고 말했다. “2025년도 정원을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고,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도 정원부터 논의하자”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제안에 대한 사실상 거부다. 의협은 내년도 증원 취소로 발생할 수 있는 입시 혼란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이해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입시 혼란 우려를 차치해도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긴 어렵다.
의협은 “의대 증원 백지화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 백지화가 곧바로 의료현장 복귀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의협은 의대 증원 백지화뿐 아니라 전공의 7대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전공의 요구에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폐지, 전공의에 대한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이미 진행 중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도 포함돼 있다.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은 의료계가 반대한다는 것 외에 폐지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헌법(제36조 제3항)’도 ‘국민 보건’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2025·2026년도 증원 백지화가 2027년 증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의협은 벌써 ‘감원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의료인력 추가 이탈 방지와 신규 의료인력 수급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응급실 근무 의사의 실명과 개인정보 등을 ‘블랙리스트’ 형태로 공유하는 행위를 ‘범죄’로 간주하고 대응한다. 정 실장은 “정부는 이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의료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추석 연휴 중 문을 여는 병·의원은 일평균 7931개소로 집계됐다. 정 실장은 “이는 2024년 설 연휴 당직 병·의원이 일평균 3643개소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별로 연휴 첫날인 14일에는 2만7766곳, 추석 당일인 17일에는 1785곳이 진료를 본다. 정 실장은 “추석 연휴 의료진의 노고에 대해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수가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