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뒀지만, 도무지 느껴지지 않고 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걷는 것만으로도 땀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죠.
일찌감치 지난 입추에 이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 가을의 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백로도 지났는데 ‘가을’은 아직도 숨어있습니다. 지독히 더웠어도 처서를 기준으로 기온이 떨어진다는 ‘처서매직’도 올해는 힘을 잃었죠.
이제는 다들 더위에 알게 모르게 익숙해진 탓인지, 1~2도만 내려가도 선선함을 느끼고 있다는 ‘한국인 단체 뇌손상설’까지 나와 헛웃음을 주고 있는데요. 35도에 육박했던 습한 더위가 건조한 더위로 바뀌면서 “요즘 그래도 시원해지지 않았어?”라고 인사를 건네는 31도 더위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9일 역대급 늦더위가 찾아오면서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졌는데요. 서울 한낮 기온은 평년보다 7도 높은 34.1도로 9월 기온으로는 85년 만에 두 번째로 높았죠. ‘9월 폭염경보’는 기상청이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엔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요. 그 이전으로 따져도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되는데요. 10일도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죠. 서울 34도, 춘천 34도, 대전 35도, 대구 34도, 광주 33도 등입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남부지방의 일부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는데요.
기상청과 안내문자는 연일 ‘낮 시간 야외 활동과 외출 자제, 온열 질환 유의’ 관련 안내를 쏟아내는 이유죠. 이로 인해 전력 수요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인데요. 사상 최고 무더위로 여름철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작년 동월보다 평균 13% 이상 올랐고요. 113만 가구는 5만 원 이상, 38만 가구는 10만 원 이상 전기료가 뛰었습니다.
더 두려운 건 8월이 끝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9월에 도무지 만난 적 없었던 더위가 ‘경보 수준’으로 찾아오는 무시무시함을 견디는 중이죠.
가을이 찾아와도 이처럼 더운 이유는 대기 상층에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까지 크기를 확장해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를 막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고온 건조한 공기를 불러오고 있죠. 그런 가운데 한반도 남동쪽 열대저압부와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계속 주입되고 있습니다. 이 발달 된 고기압 덕택(?)에 맑은 날씨가 이어지며 더위를 부추기고 있는데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며 ‘폭염’, ‘불볕더위’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이처럼 더위에 지다 못해 추석 연휴에도 ‘여름 휴가급’ 더위와 함께할 전망인데요. 추석 연휴에도 낮 최고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는 지역도 있겠으나 평년(25~28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겠습니다. 서울 최고기온 예상치를 보면 12일부터 16일까지 29~31도를 유지하다가 추석날부터 기온이 떨어지나, 그래도 28도 정도를 유지할 전망인데요. 기상청 중기 예보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도 15일 전남 나주시의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최고기온이 26∼33도가량으로 예상되죠.
그렇다면 역대 추석 날씨는 어땠을까요? 2008년 9월 14일 추석일 전국 평균 기온은 23.5도였는데요. 최고 기온은 29.1도였지만, 최저 기온이 18.6도로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였죠. 2009년 10월 3일은 더 낮았는데요. 전국 최고 기온 24.3도, 최저 기온 11.1도로 평균 기온 17.5도를 기록하며 선선한 가을을 즐겼습니다.
평균기온만으로 더위를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난 10년간 추석 기온은 15~23도의 평균기온을 기록했고, 최고 기온도 22~29도였는데요. 서울로 따져보면 2012년 추석인 9월 3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1도로 가장 선선했지만, 2013년 추석인 9월 19일 낮 최고기온은 30.2도로 일 년 만에 달라진 날씨를 보였죠.
최근 5년간의 추석 날씨를 살펴보면 2019년 낮 기온은 23~29도, 2020년은 20~26도, 2021년은 25~29도, 2022년은 25~29도, 2023년은 23~28도였습니다. 다만 최저 기온이 12~20도 정도로 일교차가 벌어진 점이 올해와는 사뭇 다른 점이죠. 현재까지 예보된 추석 연휴 최저기온은 18~26도로 예상됩니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인 13일 이후부터는 고기압 세력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기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또 다행인 건 추석께 폭염의 원인 중 하나인 열대저압부가 소멸한다는 소식이죠. 하지만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뜨거워 언제든 열대저압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이 존재합니다.
연휴에 ‘더위’ 만큼이나 걱정되는 점이 바로 ‘비 소식’인데요. 귀성 귀경길뿐 아니라 연휴에 휴식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의 불청객이 비이기 때문이죠.
추석 비 소식은 매년 들쭉날쭉했는데요. 2019년에는 연휴 막바지에 비 소식이 있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연휴 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렸습니다. 2022년에는 막바지 비 소식이 있었고, 2023년에는 구름 낀 날씨가 이어졌지만, 비 소식은 적었는데요. 덕분에 임시공휴일을 포함한 장장 6일간의 추석 연휴 동안 선선한 가을 날씨와 함께 연휴를 즐겼습니다.
올해는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큰 데요. 추석 연휴 동안 작은 우산을 챙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연휴 전날인 13일 금요일에는 서울, 인천, 경기도, 강원도에서 비 소식이 있고요. 강원 영동은 14~15일에도 비가 예보됐죠.
선선하고도 맑고, 깨끗한 날씨를 즐기는 연휴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올해는 반팔과 함께해야 할 듯하죠. 부디 무더운 추석은 다시 만나지 않길 바라지만, 많은 지표가 이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더운 추석’이 당연한 해지는 두려움이 엄습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