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의 장기 침체로 시멘트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멘트업계는 생산과 출하 모두 두 자릿수 감소한 가운데, 재고 역시 크게 증가하는 등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조만간 생산량 조절을 위한 부분적인 설비 가동 중단마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를 회원으로 하는 한국시멘트협회는 11일 상반기 시멘트 생산, 출하, 재고 실적을 발표했다. 상반기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감소한 2274만 톤(t)에 그쳤으며 출하 역시 약 12% 감소한 2284만 톤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고는 출하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약 16% 증가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실적 악화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결과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하락세에 업계 내에서도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11일 건설협회가 발표한 월간건설경제동향(6월)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동행지표인 건축착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부양 의지 △마무리 공사 진행 증가 △작년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맞물려 6.1%(1~6월) 증가했다. 그러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은 상반기에 전년대비 18.7%나 감소했고 건설수주 역시 8.6%나 감소해 건축착공만으로 건설경기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월 건설수주가 전년동월 대비 15.4% 증가했지만 상세히 살펴보면 항만․공항(342.6%↑), 철도궤도(108.5%↑) 등 공공부문의 수주 호조에 기인했다. 시멘트 내수에 관건인 아파트 등 민간부문 중 신규주택 수주는 50.2% 감소해 회복세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또한, 주요 건설선행지표가 이제 막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시멘트 수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약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아직도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불안감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시멘트업계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일부 호전된 건설지표에도 시멘트 수요를 진작할 요인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최근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평가한 결과, 정리해야 할 사업장이 당초 예상보다 두 배 규모인 300곳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상반기 경·공매 또는 상각 처리한 사업장을 포함하면 정리 사업장은 1000곳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일정 기간 이상은 회복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웃 일본 시멘트산업의 쇠퇴를 보면서 국내시멘트업계도 ‘저성장의 그늘’을 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가격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감소와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유연탄과 함께 시멘트 제조원가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까지 하반기에 인상되면 낙폭은 더 커지고 장기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연간 1억 톤이 넘던 일본의 시멘트 내수가 이제는 4000만 톤 이하로 추락했듯이 국내 시멘트 내수도 4000만 톤 이하로 떨어질 것을 상정해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치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