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다소 과장된 대응이다. 우선 해당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과충전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발생 가능성은 과충전보다는 배터리 내부의 물리적 단락이 가장 큰 요인이다. 충전율은 화재 발생 시 화재의 크기나 지속성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충전율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특히 대부분 제조사가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가 차량이 운행 중이지 않은 상황에도 배터리의 전압, 전류 등의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배터리 자체적으로도 안전을 위한 일종의 빈 곳을 남겨두는 ‘안전 마진’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배터리를 100% 충전하더라도 실제로는 전체 용량의 95%만을 사용하는 식으로 과충전을 방지하는 것이다.
전기차 화재 사고 빈도가 언론을 통해 과장된 부분도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사고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 전기차 1만 대당 화재 비율은 지난해 1.3대였다. 내연기관차의 1만 대당 화재 발생 비율인 1.9대보다 낮은 수치다.
산업 차원에서도 전기차가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물론 전기차 제조를 위해 양질의 배터리 업체-완성차 업체 구조를 갖춘 점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갖는 강점이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반드시 가야하는 전동화 흐름을 과한 우려로 멈춰 세워서는 안된다.
안타까운 사고지만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제조사,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동화는 당연한 과제인 만큼 당장 전기차를 배척하기보다는 더욱 안전한 전기차 사용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포비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전혀 화재 걱정 없이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한때는 폭발물 취급을 받았다. 스마트폰이 안전한 설계 등으로 이를 극복한 만큼 전기차 안전에 대한 의혹도 해결될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느끼기보다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