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5% 이상 15개국 반대 시 계획 무산
중국 보복 따른 무역전쟁 타격 우려
최근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보조를 맞춰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가운데 EU 회원국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특히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스페인에 이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계획이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실 우리는 이 결정을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EU 집행위원회를 포함해 우리 모두 (고율 관세) 방침에 대한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집행위가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 초안을 내놓은 이후 이견을 드러낸 회원국은 스페인이 처음이다. 산체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마자 슈테판 헤베스트라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러한 방향은 우리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달 20일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중국 업체들이 저가에 전기차를 유럽에 수출해 역내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7.0~36.3%포인트(p)로 조정한 관세 초안을 이해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관세율이 최종 확정되면 향후 5년간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최종 관세율은 기존 일반 관세 10%에 더해 27.0∼46.3%가 된다.
EU는 내달 말 해당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고 최종 승인을 내릴 예정이다. 27개국 회원국 중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15개국이 반대하면 집행위는 해당 조치를 보류해야 한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그간 대체로 EU 주류와 같은 목소리를 내온 스페인이 집행위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스페인은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함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었던 터라 집행위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도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반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5월 “EU가 세계 무역을 해체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무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경고했다.
독일과 스페인이 이처럼 반기를 든 것은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한 중국의 보복으로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MW와 폭스바겐 등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은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국이며, 스페인도 주요 자동차 제조국이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중국 투자 유치를 통해 자국 내 전기차 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 또 중국이 보복 조치로 추진하는 EU산 돼지고기 수출에 관한 조사는 스페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U의 균열은 중국에 기회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EU 내 분열을 이용하는 전략을 오랫동안 고수해왔다”면서 “중국의 목표는 유럽 국가들이 최종적으로 관세 부과에 반대하거나 관세율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