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36% 급등…생명·카드·증권 금융주도 강세…삼성전자 21% 급락
기업 밸류업과 빅테크 시황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하반기 증시가 오르내리는 가운데 삼성그룹 상장 종목들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한 그룹으로 묶여 있지만, 주주친화 정책과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업황 등의 부침에 따라 주가 등락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주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반기에도 두 자릿수 상승을 나타냈다.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은 힘 빠진 모습이다.
18일 본지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삼성 계열사 16곳의 상·하반기 주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하반기 9개(13일 기준)로 집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S 등 6개 종목의 수익률이 상반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반등했고, 삼성전자·삼성전기 등 4개 종목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이 돋보였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저주가순자사비율(PBR) 수혜 종목이자 경기 방어주로 분류된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증권은 최근 5년간 PBR이 한 번도 1배를 넘긴 적이 없다.
삼성생명(28.08%→10.17%), 삼성증권(3.38%→18.22%), 삼성카드(18.39%→12.4%) 등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우상향이다. 밸류업 열풍 속 주주환원 강화 기대감과 금리 인하기의 방어주로 금융주들이 꼽히면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하지 않는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어 오는 10월 실적 시즌에 금융주의 강세가 다시 한번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금융주는 20년 주기로 주식 시장의 주도주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에는 증권주, 2000년대에는 보험주가 각각 시장의 주도주로 떠올랐다. KB증권은 2020년대에도 금융주가 주도주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대장주로 떠올랐다. 주가가 상반기 4.34% 하락했다가 하반기 들어 36.18% 급등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장중 100만 원도 돌파, ‘황제주’에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하반기 들어 순매수한 금액만 1조 원에 육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CMO) 수주실적은 2016년 31억 달러에서 지난해 기준 4배 성장한 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CMO 수주 신규 실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올해 매출 4조 원 돌파, 영업이익 2년 연속 1조 원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삼성SDS는 상반기 -12.65% 주가 수익률에서 하반기 10.98%로 플러스 전환했다. 클라우드 중심의 IT부문 수익성 개선과 생성형 AI 솔루션 사업에 대한 성장 기대 덕분이다. 연결기준 약 5조4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이 기업가치 제고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삼성중공업의 주가 수익률은 20.65%에서 10.59%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2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에 이어 조선업황 호조가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힘 빠진 모습이다. 상반기 3.82% 상승한 삼성전자 주가는 하반기 들어 20.98% 급락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AI 대장주 엔비디아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급락하면서 동반 약세를 보인다. 상반기 7조9971억 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샀던 외국인은 하반기 3조9158억 원 순매도했다.
반도체 업황도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한다. D램과 낸드 모두 3분기 출하량이 전분기에 비해 줄고, 평균판매가격(ASP) 상승폭도 한 자릿수로 제한될 전망이다.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3000억 원, 10조3000억 원으로 컨센서스(매출 83조3000억 원, 영업이익 13조3000억 원)를 5%, 23%씩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약세를 보이자, 전자부품 생산 기업인 삼성전기도 동반 급락했다. 상반기 3.13% 상승했던 주가는 하반기 17.28% 하락했다. 예상보다 회복이 더딘 기판부문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인상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위권 안에 있는 삼성 계열사만 12개에 달한다. 재계 1위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 움직임은 국내 증시 판세를 읽을 수 있는 잣대와 같다”며 “엇갈린 주가 수익률은 주도 업종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