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코리아게이트' 핵심인물 박동선 별세, 그는 누구?…향년 89세

입력 2024-09-2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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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중반 워싱턴 정가에 파란을 일으킨 '코리아 게이트'의 주역인 박동선 씨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연합뉴스)

197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코리아게이트'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동선 씨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연합뉴스, 뉴시스 등에 따르면 박 씨는 이날 오후 6시 45분께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사망했다. 지병을 앓던 박 씨는 일주일 전부터 상태가 악화하면서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게이트는 1976년 10월 2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박동선 씨와 중앙정보부 등이 미국 국회의원과 공직자 90여 명에게 50만~100만 달러의 뇌물을 뿌렸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보도 이후 미국에서 반한 여론이 들끓었고, 미국 정부는 관련자들을 수사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른바 '프레이저 위원회'가 구성돼서 청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 씨는 1978년 미 사법당국의 수사를 거쳐 미 의회 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했고, 박 씨로부터 돈을 받은 현직 의원 1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7명이 의회 차원에서 징계를 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 사건 이후 박정희 정부와 카터 행정부 간 관계는 악화했고,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 촉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1935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박 씨는 17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그는 워싱턴 시내에서 '조지타운클럽'이라는 사교클럽을 만들어 인맥을 쌓았다. 미국에서 창업한 박 씨는 1965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박 씨는 사업가로 활동하면서 워싱턴 정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로비스트로서의 길을 걸었다.

박 씨는 코리아게이트 사건 이후로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가와 정치가로 활동했다. 2006년 미국-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측에게 돈을 받고 이라크에 대한 유엔 제재 완화를 위해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혐의로 미국 검찰이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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