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이후 기혼여성 출산 감소 완화…정책 대응은 양육 등 '출산 올인'
최근 10여 년간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미혼·만혼 인구 증가와 가임여성 서울 쏠림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의 출산 감소는 2010년대 들어 완화했지만, 이후에도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기혼여성 출산을 늘리는 데만 집중됐다. 앞바퀴가 고장 났는데, 뒷바퀴를 고친 격이다.
22일 본지가 가임여성 수, 출생아 수, 혼인 건수, 생애미혼율, 성·연령대별 인구이동, 시·도별 결혼적령기 성비 등 자체 수집·추출한 10개 인구지표와 제1~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상 아동·청년·여성·기혼 가정을 대상으로 한 383개 정책과제를 연계·분석한 결과, 2010년대 이후 기혼여성의 출산 감소는 해소됐지만, 혼인 지연·감소와 수도권 인구집중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저출산 대응정책 중 출산 감소에 대응한 정책 비중은 모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절반을 넘었다. 혼인 지연·감소 대응정책은 미흡했으며, 수도권 인구집중은 정책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지표로 확인되는 실존 문제를 ‘실체적 정책문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저출산의 원인을 ‘인지적 정책문제’로 봤을 때, 2015년 수립된 제3차 기본계획부터 실체적 정책문제와 인지적 정책문제 간 괴리가 발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체적 정책문제로서 출산 감소는 완화하고 혼인 지연·감소와 수도권 인구집중은 심화했으나, 혼인 지연·감소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됐다. 수도권 인구집중은 아예 정책문제에서 배제됐다.
출산 감소가 완화했음에도 모든 기본계획에서 출산 감소에 대응한 정책과제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 건 이런 문제인식 오류에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잘못된 문제인식에서 출발한 저출산 대책은 효과를 못 냈다. 합계출산율은 2016년 이후 한 차례 반등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0.72명까지 줄었다.
특히 2015년까지 증가하던 기혼여성의 출산 자녀도 2020년 감소로 전환됐다. 기혼여성 출산 자녀 감소의 원인 중 하나는 가임여성의 서울 쏠림이다. 가임여성 서울 쏠림은 서울 내 결혼적령기 여성의 밀도를 높여 경쟁을 유발한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결혼·출산·육아의 기회비용이 커지고, 이는 혼인 지연·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여성의 지역이동은 ‘친정’과 물리적 거리를 늘린다. 이는 서울에 유입된 지방 여성이 혼인 후 출산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수도권 인구집중을 외면하는 동안 울산·충남·경북 등 3개 시·도의 25~29세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지난해 130명을 넘었다. 30~34세 성비는 울산·충북·충남·경북 등 4개 시·도에서 120명대를 기록했다. 25~29세, 30~34세 여성이 이들 지역에서 대거 이탈한 결과다. 정부가 보육시설 확충, 출산·양육비용 지원에 지금껏 100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음에도 기혼여성의 출산 자녀가 감소한 건 이런 가임여성 서울 쏠림에 기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6~2030년)을 수립한다. 제5차 기본계획에서도 출산 감소에 대응한 정책과제 쏠림이 반복되면, 저출산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다.
※본 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하는 ‘예산정책연구’ 제13권 제3호에 학술논문(‘저출산 대책은 왜 실패했는가?’)으로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