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자산을 사들이고 설비투자에 쓰는 돈을 뜻한다. 특정 기간 기업이 미래를 위해 설비를 늘리면 마이너스(-)가 되고, 곳간에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플러스(+)가 된다. 고금리가 뉴노멀이 됐지만,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한편, 인공지능(AI)·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신성장 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10대 그룹 108개 주요 계열사가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해 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상반기 73조51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42조7752억 원보다 71.86% 늘었다.
반면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갚는 과정에서 현금이 들고 나는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14조8492억 원으로 순유출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2조3465억 원 순유입상태였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갚거나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 늘어날 경우 감소한다.
현금흐름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인공지능(AI) 혁신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새로운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곳간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약 26조301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7273억74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에 7조9386억 원을 기록하며 유입으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8조822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7조5132억 원보다 17% 늘었다.
LG그룹 계열사 중에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돋보였다. 이들은 각각 상반기에 1조6371억 원, 1조388억 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43%, 673% 늘어난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상반기 818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512억 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사 중에는 삼성생명이 약 4조1192억 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였다. ‘상각 후 원가측정 금융자산’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보험사가 만기까지 보유할 자산을 늘렸다는 의미로,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3584억 원을 기록했던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1조9134억 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였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늘면서 투자도 적극적이었다.
자동차, IT·전자, 화학 산업 등에서 시설, 연구개발 투자가 늘었다. 현대자동차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5조2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무형자산 중 연구개발활동 총 지출액을 늘렸다. 기아는 -2조684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유출로 전환했다. 전기차 전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업종은 투자가 위축된 모습이다. 삼성SDI(-1조646억 원), SK이노베이션(-281억 원), POSCO홀딩스(-1633억 원) 등은 마이너스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기록했지만, 전년보다 줄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조3677억 원에서 올해 -2조9129억 원으로 투자가 늘었다.
밸류업(가치 제고)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10대 상장 계열사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상반기 총 -12조8492억 원으로 마이너스(유출)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이들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12조3465억 원으로 큰 폭의 유입을 기록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갚거나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 늘어날 경우 감소한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 기업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감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은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3년간 배당금을 25% 늘리고 자사주 약 4조 원을 매입해 일부는 소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주는 순이익의 35%를 돌려받는다. LG그룹 지주사 ㈜LG는 최근 취득 완료한 5000억 원 규모 자사주 활용 방안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오는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LG는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와 수익 제고를 위해 총 5000억 원 규모 LG전자와 LG화학 주식을 오는 11월 1일부터 장내매수로 사들이기로 했다. 최근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계열사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4분기 중 공시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