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커우 등 개혁 목소리도…당 ‘엘리트주의’ 비판
중국에서 ‘담배 3대 세습’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담배 등 국영 기업의 고위 임원 자리를 엘리트ㆍ특권층이 대물림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을 전하며 중국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꼬집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사회적 계층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사람들은 지방에서 도시로 자유롭게 이주하고 직업을 선택했다. 성실한 자세와 타고난 재능만 있다면 누구든 농부에서 공장 주인으로 변모할 수 있던 시대였다.
이제 중국의 계층 사다리는 사라졌다. 중국에서 출세하기 위해선 '인맥(관시)' 과 '부유한 가정'이 필수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 번영’을 강조하며 사회 계층 이동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 반응은 싸늘하다.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한 남성은 “기득권은 손댈 수 없는 존재이며, 계층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며 “그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글은 며칠 만에 사라졌다.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세대 간 소득 탄력성(IGE)'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IGE는 부모 세대의 소득과 자녀 세대의 소득 관계를 나타내고 0~1 사이 값으로 산출된다. 0에 가까울수록 부모의 소득과 무관하며, 계층 이동성이 높다. IGE가 1에 가까우면 부모의 경제 능력이 자녀의 소득에도 영향을 미쳐 계층 이동성이 낮다는 의미다.
일본 싱크탱크 노동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생의 IGE는 0.39로 측정됐다. 부모의 경제 능력에 큰 영향을 받으며, 계층 이동도 적다는 것이다. 반면 1981~1988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은 0.44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빈부 격차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이 시작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계층 침체’에 아예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2019년 공산당은 사회 계층 이동을 주제로 한 정책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해당 문서엔 '계급'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계층 이동의 장벽 요인을 정확하게 짚었다.
먼저 후커우(戶口ㆍ호구) 제도다. 중국의 거주지 등록 제도로, 개인의 거주지와 신분을 정부에 등록한다. 정부는 후커우를 통해 인구를 관리할 수 있으며, 도시와 농촌 간 인구 이동을 통제한다.
후커우는 도시 후커우와 농촌 후커우로 나뉜다. 도시 후커우를 가진 사람들은 도시에서 주거, 교육, 의료, 연금 등 다양한 사회 복지 혜택을 받는다. 농촌 후커우를 가진 사람들은 농업 관련 혜택을 받지만, 도시 후커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들은 도시에서 2등 시민으로 취급받으며, 현지 후커우를 소지해야 한다는 요건 때문에 고위직 취업이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당국은 “후커우와 관계없이 공공 서비스를 평등하게 제공”할 것을 공언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불분명하다. 이주민들은 주로 불법 주거지에서 살며, 공식적인 거주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시의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주거지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시골에서는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농촌 지역 학교는 자금과 인력 등 도시 학교보다 열악하다. 농촌 후커우를 가진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확률도 훨씬 낮다. 또 명문대학교에 재학하는 농촌 출신 학생의 비율은 매우 낮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은 명문대 재학생의 40%가 도시 고위직 출신의 자녀이고 농민의 자녀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더 높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중산층의 노력도 뼈저리다.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비에 돈을 쏟아붓는다. 2021년 중국 당국은 교육 격차 경감을 위해 상업 과외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부유층의 혜택으로 돌아갔다. 불법 과외가 높은 가격에 성행했기 때문이다.
국가 요새인 당 내부의 엘리트주의도 문제다. 중국에서는 공무원 시험이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원이 되려면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등 공산당 이념과 정책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또 입당 여부는 내부 입맛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당 내부에는 학연ㆍ지연ㆍ혈연 등 ‘연고주의’가 만연하다.
4월 중국의 국영 방송사 CCTV는 이러한 행태를 보도하며 “재앙이 숨겨진 구석에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열광했다. 검열 당국이 댓글을 삭제했음에도 일부는 살아남을 정도다. 한 네티즌은 시 주석의 여러 경제 정책을 언급하며 “용은 용을 낳고 봉황은 봉황을 낳고 쥐의 아들은 땅을 파는 법을 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