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항만 업계, 비상 계획 수립
대선 격전주 車 공급망 차질 우려
‘위태로운 경제 위협’ 치킨게임될라
백악관 개입 초점…노조 “관여 말라”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컨테이너 항구에서 일하는 4만5000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기존 노사 계약이 만료되는 이달 30일까지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와 새로운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내달 1일부터 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6월 이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 운송업체와 항만 운영업체는 고객 안내문을 발송하고 비상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미국 동해안 항만에서 파업이 일어나게 되면 약 40년 만에 처음이다.
ILA와 USMX는 당초 6월 협약 갱신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항만 내 자동화 기술 도입을 두고 대립하며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이달 초 노사 대표들이 만났으나 임금과 복리후생 문제로 또 발목 잡혔다.
파업 대상은 뉴욕, 뉴저지, 마이애미, 휴스턴 등 동해안과 멕시코만 연안의 주요 항구를 포함한다. 취급 화물은 미국 수입품의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간 파업 시 경제에 75억 달러(약 1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미국 내 마지막 대규모 항만 파업이었던 2002년 서부 항만의 11일 운영 중단 당시에는 하루 1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6개월간 물류 지연 여파가 이어졌다.
만약 파업이 진행되면 소비재, 공장용 부품 및 특정 차량의 흐름이 중단돼 대통령선거 격전주의 자동차 공급망과 기타 제조 네트워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냉장 과일 수입과 신선육 수출 차질은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석가들은 “항만 혼잡으로 운송 능력이 저하되고 운임이 상승하면서 파급 효과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업 데드라인까지 일주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노사 간 교착상태는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급격한 일자리 성장 둔화를 극복 중인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치킨 게임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백악관의 개입 의지도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1947년 제정된 ‘태프트-하틀리’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국가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80일간 강제적으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특수한 상황에서 섣불리 발동했다가는 노조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소매업체와 무역단체 등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에 협상을 돕고 파업 발생 시 관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백악관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주 “미국 정부는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태프트-하틀리법을 발동한 적 없으며, 현재로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