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자격증 열풍에 "무분별한 취득, 취업 도움 안 돼"[초고령 사회, 처음 가는 길]

입력 2024-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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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력과 본인의 역량 이을 수 있는 노후 일자리 설계 절실
기업이 '배벌사'(배우며 벌며 사는) 프로그램 동참해 업무 능력 올려야

▲올해 고령층 취업자와 창업자 비중이 동시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8월 2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60세 이상 취업자는 639만9000명으로 취업자의 22.4%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사상 최대다. 1∼7월 월평균을 기준으로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2021년 19.5%에서 2022년 20.4%에 이어 지난해 21.6%로 높아진 뒤 올해 22%를 넘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센터를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국내 식음료 관련 중견기업에 28년간 재직하다 지난달 퇴직한 노 모(59) 씨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보내고 있다. 아직 한창 일 할 수 있는 나이인 데다 열정도 충분하지만, 취업이 쉽지 않아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이곳에서 시험을 준비 중이다. 노 씨는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릴까 고민도 했지만,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 환갑은 은퇴해서 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여전히 경제활동을 통해 삶을 이어가야 하는 나이"라고 말했다.

5060 세대의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이 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의 성지였던 노량진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노량진의 대형 공시 전문 학원들은 서서히 주택관리사와 공인중개사 등의 고령층을 위한 자격증 시험 학원으로 바뀌고 있다.

5060세대의 자격증 취득 열풍은 퇴직 후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재취업을 원하지만,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아 자격증을 취득해 조금이라도 취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그간 모아 놓은 노후 자금으로는 평균 수명 증가와 높아진 퇴직연금 수령 시기에 따라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로 55∼79세 고령층 인구 가운데 일하기를 희망하는 이는 올해 5월 기준 1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고령층 인구의 70%에 육박한다.

▲지난해 6월 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노인들이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뉴시스)

문제는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기간 고령층 취업자는 940만 명가량이다. 바꿔 말하면 약 160만 명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은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 혹은 더 나은 소득을 위해 자격증 획득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23년 기준 '국가기술자격 수험자 기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시험 필기시험 접수 인원 245만 명 중 50대가 26만6100여 명으로 10.9%를, 60대가 8만4700여명으로 3.5%를 차지했다. 5060세대가 국가기술자격증 응시자의 15%에 육박한다.

50대 이상의 국가기술자격 합격률만 봐도 고령화를 느낄 수 있다. 2012년 기준 50대와 60대의 합격률은 각각 34.8%, 31.0%로 전체 합격률 36.3%보다 낮았지만, 10년이 지난 2022년 50대의 합격률이 전체 합격률(47.0%)보다 8%포인트 가까이 높은 54.9%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이 53.3%로 뒤를 이었다.

다만, 국가기술자격증이 아닌 무분별한 민간 자격증 획득은 취업에 크게 도움이 안 되고 경제적·시간적 손실만 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은 "국가기술 자격증을 딸 때엔 과거 경력이나 본인의 역량을 연계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는 게 중요하다"라며 "민간 자격증은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원들을 보면 고령층의 취업을 위해선 나이와 경력이 중요하지 민간 자격증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라며 "최근 다양한 이름의 자격증들이 무분별하게 난무하는 데 협회 회원에게 이런 것들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고령층의 경제활동을 위해 기업의 '배벌사' 운동 참여를 강조했다.

'배우며 벌며 사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운동은 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프로그램으로 기업이 근로자에 업무 교육을 벌여 나이에 맞게 업무와 임금을 조정해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을 의미한다.

주 회장은 "배벌사 운동은 정년과는 상관 없이 나이에 맞는 업무 능력을 길러 계속 진행 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정부에 이걸 건의하고 있는 데 아직은 미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정년이 다가온 근로자에게 계속 교육을 통해 숙련된 업무를 줄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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