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을 뽑는다면 축구라고 누구나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 경기를 뽑는다면 축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올 시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29일까지 집계해 발표한 K리그1 누적 관중 수는 총 207만8068명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특히 K리그1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시작해 꾸준히 평균 관중 1만 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K리그1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 1만733명, 총 관중 244만7147명이 입장하며 K리그1 단일 시즌 최다관중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 해당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데이터만 보면 프로축구 흥행에도 불이 붙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기록도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다소 뒤처진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누적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1만4934명이다. 프로야구 경기장에 만원 관중이 잇따르는 모습은 프로축구 팬들에겐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왜 국가대표 경기는 한국 축구가 압도하는데 프로스포츠 경기로 비교하면 뒤처지는 것일까. 대다수 축구 팬들은 해외축구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축구 스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프로축구 인기가 시들한 점을 지적한다.
사실 이 때문에 축구인들은 국내 프로축구 흥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1990년대 최고의 축구 스타였던 홍명보 감독은 울산 HD FC를 이끌고 2022·2023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축구 붐을 일으켰다. 울산 HD는 갑작스런 홍 감독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수장을 잃었다. 홍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울산 HD 팬들은 분노했고, 프로축구 붐을 일으키겠다던 홍 감독의 배신감에 흥행 가도를 달리던 프로축구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홍 감독 사태와 정몽규 회장의 연임은 오히려 프로축구 흥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랜 기간 지속된 축구협회의 졸속행정도 결국 정 회장의 연임에 따른 반복된 실책과 무능, 비상식적 경영에 따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축구지도자협회도 지난달 30일 "최근 축구협회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그간 많은 축구인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며 "신뢰 잃은 정몽규 회장과 현 집행부는 즉각 사퇴하고 무능한 축구협회는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은 축구협회로 돌아갔다. 정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지, 홍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등의 여부가 한국 축구계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정'에 대한 사회적 기본 가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절차적 문제를 야기한 축구협회가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문체부는 2일 축구협회 감사를 진행한 데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과연 일련의 사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