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 간 계약상 보유 주식 처분 불가
공개 비방전과 소송전에 양측 감정의 골 깊어
"전격 화해 가능성은 현실성 없는 얘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기자회견에서 영풍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양사 간의 전격 화해 가능성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영풍이 MBK와 맺은 계약에 따라 보유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만큼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신고한 공개매수신고서에는 공개매수자인 영풍이 경영협력계약의 체결일로부터 10년간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도록 명시되어있다.
즉 영풍은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을 MBK 외에는 아예 팔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영풍은 10년이 지나서도 보유한 주식을 MBK 측이 요구할 경우 넘겨야 하는 우선매수권까지 MBK 측에 부여해준 상태다.
영풍과 MBK의 주주 간 계약서에는 더 강력한 조항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10년이 지난 이후에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에게는 팔 수 없도록 명시한 것이다. 업계는 영풍이 MBK를 절대 배신할 수 없는 강력한 계약조건을 달아놓은 셈이라고 보고 있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다는 점도 업계가 화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양측은 보도자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 비방전을 이어왔다.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양측이 상대방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소송은 10여 건이 넘는다. 일부는 고소를 취하하면 더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지만, 상당수는 검찰 등 사법 당국의 자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조사와 법정공방, 여기에 국정감사 기간 비방전까지 감정의 골이 지금보다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유화 제스처는 일종의 기자회견용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