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소송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과의 관계 개선 여지를 열어뒀지만 이미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냈다가 기각된 자기주식취득금지 가처분 소송을 시작으로 양측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사외이사에 대한 배임 고소, 고려아연 경영진 관련 영풍-MBK의 배임 고소 등을 비롯해 고려아연 측에서 영풍과 MBK 측을 상대로 낸 장형진 고문 등의 영풍 배임 고소, 배당가능이익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금융감독원 진정, 장형진 고문의 환경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과 관련된 검찰 고소 등 수많은 법정 분쟁에 휩싸여 있다.
영풍이 2일 고려아연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자, 영풍은 곧바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기본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무시하는 행위이자 해당 가처분 안건이 재판부에서 심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묻지마 소송’을 재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MBK가 자사주 공개매수에 찬성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검찰에 고발하자 고려아연 측은 배당가능이익, 즉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취득한도가 586억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상대 측에 대해 시세 조정과 시장교란 행위를 했다며 금감원 진정과 함께 민·형사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와 영풍은 그동안에도 각종 허위사실 유포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도적으로 왜곡 및 확산시켜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를 일삼아왔다”라며 “일련의 행위와 발언 등은 더는 대화가 될 수 없는 상대임을 본인들 스스로 시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강성두 영풍 사장은 “이 싸움을 예상 못 했던 것도 아닌데 이 정도에서 맥 없이 물러나지는 않겠다”라며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 최 회장이 2일 기자회견 당시 언급한 관계 개선과 관련 ‘가능하지 않은 제안’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 역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대화가 불가능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완전히 건넜다”라며 “누구도 물러설 수 없고 물러설 생각이 없이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