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AP빌딩에서 만난 정경수<사진> 삼일PwC M&A센터장(부대표)은 유독 중소·중견기업 M&A에 더욱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정 부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99년 삼일PwC에 입사해 2002년부터 딜부문 자문을 맡아온 딜 본부의 ‘중심’이다. 특히 8월 회사는 정 부대표가 수천억 원부터 조 단위에 이르는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을 높이 사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삼일PwC는 지난 8월 딜 본부 조직개편을 완료했다. 딜 부문의 M&A 재무자문 서비스는 기존 정 부대표가 이끄는 ‘M&A센터(M&A Center)’ 와 ‘PwC아시아퍼시픽네트워크(Asia Pacific CF Network)’, 신설되는 ‘대기업-PEFF M&A 전담 그룹’ 3개 축으로 운영되게 된다.
M&A센터 및 PwC아시아퍼시픽네트워크 팀을 통해 누적된 딜 정보를 신설되는 대기업-PEF M&A 전담 그룹이 공유받아 기업과 PEF를 아우르는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삼일PwC의 포부다.
정 부대표는 최근 M&A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상속세 이슈에 대해서 “기존에 많이 나왔던 이야기”라면서도 “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도 있지만 넓게 보면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고민이 큰 분들도 많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그는 “게다가 본인이 창업가 정신으로 사업을 잘 끌고 왔지만, 막상 2세들은 사업을 물려받기 싫어하거나, 창업주가 판단했을 때 회사를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경우 M&A 솔루션을 고려하시는 것 같다”라면서 “창업주가 매출 1000억~2000억 원 가치의 회사를 키워냈지만, 그 이상에 올라서려면 선진 경영기법이나 전문 노하우 등이 도입이 돼야 다음 도약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 부대표는 이런 기업의 가치 재도약을 위해 사모펀드(PEF)가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모펀드들이 펀드출자자(LP)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좋은 기업을 발굴 및 투자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 기업을 성장·발전시키는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부대표는 “현재 지방을 많이 돌아다니는 이유도 주로 PEF들이 투자하고 싶은 기업들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잘 성장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략 컨설팅 등 (PEF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A 솔루션이) 결국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중소·중견 대표들에게 엑시트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회사가 실질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도 가져다줄 수 있는 투자를 지향 중”이라면서 “PEF가 적정한 가치의 투자를 진행하고 기업 가치를 2~3배 이상 올려서 그들도 다시 엑시트를 하는 등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의 고질적 골칫거리인 인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정 부대표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이 분포해 있는 지방에는 좋은 인재들이 없는데, PEF들은 자본력을 기본으로 한 본인들의 평판과 이름을 걸고 기업에 맞는 인재들을 영입해 온다”면서 “인재 중 PEF와 함께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커리어를 밟아나가시는 분들이 있어 인재 영입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고 언급했다.
정 부대표는 업계에서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기자의 ‘M&A 성사 중 뿌듯했던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정 부대표는 “IMF의 도화선이 됐던 한보철강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폐허였던 제철소가 현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로 변모했을 때 책임감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다”면서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도 STX팬오션을 매각 자문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하림·JKL 컨소시엄이 인수해 현재도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는 점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정 부대표는 화장품 용기회사 연우, 세탁 전문 1위 업체인 크린토피아 M&A 사례와 함께 최근 M&A 사례로 재원산업, 파마리서치 등도 언급했다.
정 부대표는 “연우의 경우 한국콜마에 매각되기 전 글로벌 PEF에서 먼저 투자하고 싶다고 손을 내밀었다”면서 “그러나 임직원 고용과 거래처와의 관계가 지속하길 원했고, 특히 밸류체인 상 시너지가 큰 한국콜마에 경영권 인수를 희망하면서 적극적 M&A가 가능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크린토피아의 경우 형제가 창업해 각자 회장과 사장을 맡았는데 2세 경영으로 넘어가다 보니 지분이 분산된 케이스였다”면서 “당시 2세 중 집안 과업을 부사장 한 명만 물려받은 상태로, 결국 엑시트를 고민하다 JKL파트너스과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게 도와준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를 주요 고객사로 가지고 있는 재원산업의 경우 이차전지 관련 해외 거점 확대를 위해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이차전지에 투자를 많이 해놨으며, 해당 산업에 이해도도 높은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약 3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도와준 일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부대표는 “파마리서치의 경우 헬스케어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유럽계 PEF 운용사 CVC캐피탈을 연결해줬다”면서 “파마리서치의 기술적 강점이 있는 제품을 글로벌로 확장 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 부대표는 하반기 M&A 시장 전망과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PEF들의 드라이파우더가 사상 최대치인 상황에서 업종·투자자별 ‘빈익빈부익부’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내놨다.
정 부대표는 “올해 하반기는 조금씩 M&A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업종·투자자별 ‘빈익빈부익부’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면서 “블라인드가 있는 대형 PEF들이나 일부 대기업 발 M&A는 살아나고 있지만, 중소형 PEF나 프로젝트 펀드 베이스로 딜을 진행하는 곳은 자금 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엔 미래 성장성만으로 거래가 활발했지만, 최근엔 경기침체 국면과 M&A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영업 현금 흐름을 잘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선호하는 중”이라며 “예컨대 특수·산업 가스 등이 M&A가 잘되는 것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과 함께 맞물려서 안정적인 캐시플로우가 나오고, 반도체 회사가 지속 투자를 하면서 함께 매출과 영업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부대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관련 소부장 업체와 K뷰티, K푸드 등도 최근 M&A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으며, 이차전지의 경우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을 겪으면서 일시적 어려움은 있지만, 여전히 활발한 섹터”라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디컬 디바이스 업체 등이 향후 성장성·확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신약 파이프라인 등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사업은 현금 흐름 창출에 어려움이 있어 어려운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은 올해 하반기보다도 좀 더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현재 미국 연준 금리 인하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선다면 투자자들의 조달금리가 내려가 M&A 시장도 더 활성화할 것”이라면서 “특히 드라이파우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PEF 위주로 적극적 딜이 있을 전망이며, SK 등 일부 대기업들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