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이 ‘대한민국 무인기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향해 “만약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 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으로 시작된 남북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김여정의 담화는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고, 최근에는 저급하고 치졸한 오물 쓰레기 풍선 부양을 해온 북한이 반성은커녕 우리 국민까지 겁박하려는 적반하장의 행태”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은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 주장에 우리 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자,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거듭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11일 외무성 중대 성명을 통해 3, 9, 10일 평양 상공으로 한국의 무인기가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은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와 대통령실은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김 부부장은 12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한국 군부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거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국경선 넘어 대한민국발 반공화국 정치 선동 쓰레기를 실은 무인기가 두 번 다시 공화국 영공에 침범할 때는 강력하게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영공 방어에 실패했다는 사실까지 대내외에 알리면서 자작극을 벌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오히려 북한의 남한 무인기 침투 주장과 이를 이례적으로 선전하는 것에 ‘북한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하며 ‘무대응’을 강조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의 방공망이 뚫렸다면 군사적 실패임에도 이를 발표해 위험성을 고조시켰다는 것으로, 내부 통제에 이점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신 실장은 “미국과 남한에 대해 경고도 하겠지만 그 경고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북한이 알 것”이라며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를 겸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흔들리는 북한 내부 통제용”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국경 단절 시도에도 “내부에서의 탈출 차단 혹은 상징적 조치로서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향해 보내는 쓰레기 풍선에 위치정보시스템(GPS) 발신기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된 데 대해서도 신 실장은 “과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이 수거해온 북한의 쓰레기 풍선 일부에서 GPS 장치가 탑재된 것을 확인하고 북한이 GPS 장치를 이용해 풍선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원하는 특정 지점에서 풍선 낙하물을 투하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군은 북한이 일부 풍선에 GPS 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들여다보면서 경험과 자료를 축적해 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실장은 “풍선의 무기화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고 (그렇게 따진다면) 오히려 북한은 무기화가 가능한 엄청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GPS 목적이 무기화보다는 심리적 도발의 목적을 가장 크게 달성할 수 있는 서울 낙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봤다.
군은 우발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북한이 GPS로 풍선 경로 추적에 그치지 않고, 특정 상공에 도달한 풍선을 원격으로 터뜨리는 장치를 도입한다면 이는 고의적 무기화에 해당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 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북한과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일각에서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신 실장은 “6‧25전쟁 이후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늘 존재해왔다”며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올해 5월 28일부터 이번 달 11일까지 28차례에 걸쳐 남쪽으로 풍선을 날려 보냈다. 풍선 수는 6000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