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년에도 요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로 무더위와 초강력 태풍(또는 허리케인)의 발생 빈도가 늘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책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 추세를 멈추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인구가 정체되고 자본과 기술이 있는 선진국에서는 나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인구가 늘고 생활 수준이 나아지고 있는(따라서 에너지 수요도 느는) 중하위 나라들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가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활동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만으로는 206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 즉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말이다.
탄소중립에 성공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뿐 아니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수년 사이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등 새로운 기술이 나왔지만 문제는 비용이 너무 든다는 데 있다. 그런데 지난달 학술지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나무 지하저장(wood vaulting)’이라는 방법으로, 쉽게 말해 탄소 덩어리인 나무를 땅 밑에 묻어 썩지 않게 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육상식물이 매년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무려 2200억 톤으로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내보내는 370억 톤의 6배에 이른다. 그런데 육상식물이 불에 타거나 썩어 분해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역시 2200억 톤에 이른다.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육상식물 기여도는 제로라는 말이다.
메릴랜드대를 비롯한 미국과 캐나다의 공동연구자들은 캐나다 퀘벡 한 지역의 지하 2m 지점에서 발견한 나무에 주목했다. 연대측정 결과 약 3800년에 묻힌 것으로 밝혀진 적삼나무로 거의 썩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오늘날 적삼나무와 비교한 결과 3800년 동안 생체량의 95% 이상이 보존됐다고 결론내렸다. 즉 썩어 분해돼 이산화탄소로 배출된 양은 5%가 안 된다는 말이다.
보통 나무는 수년 내에 생체량 대부분이 분해되고 남은 리그닌 성분도 수십 년이면 사라진다. 연구자들은 3800년 전 적삼나무의 예외적인 보존이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 때문임을 밝혔다. 즉 나무가 축축한 점토에 박혀있어 산소가 투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곰팡이나 벌레가 생존할 수 없어 분해가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영감을 받아 나무를 지하에 저장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방법을 써서 육상식물의 연소와 분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2200억 톤의 4.5%인 100억 톤을 줄인다면 화석연료 배출량 370억 톤의 무려 27%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구자들은 현재 기술로 죽은 나무와 폐목재 등을 모으고 매립지를 만들고 점토를 채우는 등 무산소 지하저장에 드는 비용을 톤당 100~200달러(약 13만~26만 원)로 계산했다. 그리고 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개선하면 10~20년 내에 톤당 30~100달러(약 4만~13만 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탄소 가격(탄소세)이 톤당 150달러가 넘을 때 경쟁력이 있는 방법이다.
참고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방법은 비용이 톤당 1000달러가 넘는다. ‘나무를 그냥 땅에 묻는 것보다 태워 에너지를 얻고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을 할 독자도 있을 것이고 실제 이 방법도 생체량탄소제거저장(BiCRS)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탄소제거저장에 비용이 많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3800년 전 땅에 묻혀 보존돼 온 적삼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나무 지하저장 방법이 탄소중립 목표가 성공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