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사각지대 거주 어르신 대상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연중무휴
1·2호차로 나눠 창신동 일대 순환
14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어르신 돌봄카 1호차’를 탑승한 최애자(76) 씨는 “처음에는 다리가 불편하다 보니 밖을 잘 안 나와서 돌봄카가 있는지도 몰랐다”라며 “제 딸이 알려준 이후부터 단골손님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씨는 “병원도 가고 시장도 가야 하는데 아프다 보니 움직이는 게 여의치 않았는데 돌봄카 이용하고 나서 삶이 달라졌다”라며 “기사님들도 너무 배려를 잘해줘서 친구들한테도 다 소문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집 앞까지 손수 짐도 운반해주는 기사님께 계속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서울 종로구가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첫선을 보인 ‘어르신 돌봄카’ 사업이 어르신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어르신 돌봄카는 교통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어르신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구는 지난해 시범사업 이후 어르신들의 호응이 커 올해부터는 차량을 1대에서 2대로 늘렸다.
현재 어르신 돌봄카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 대상은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창신 2·3동 거주 65세 이상 주민으로, 요금은 구가 전액 부담한다. 탑승 방법은 어르신들이 돌봄카 콜센터로 배차를 신청하거나, 각 승·하차 지점에서 대기하다 차량에 오르면 된다.
돌봄카는 △동대문역 1번 출구 인근 △덕산파출소 △창낙경로당 △창신·숭인전망대 △종로종합사회복지관 △산마루놀이터(회차장소) △동부여성문화센터 △창신2동 경로당 △창신2동 주민센터 순으로 순환 운행을 하고 있다. 창신동 일대를 한 바퀴 돌면 15~20분가량이 소요된다.
이날 ‘동대문역 1번 출구 인근’ 정거장 에서는 5명의 어르신이 돌봄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을 다녀온 어르신들부터 시작해 시장에서 콩나물과 과일 등 짐을 가득 든 어르신들도 있었다. 어르신들은 정류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배치된 의자에 앉아 탑승 차례를 기다렸다.
1호 돌봄카를 타고 본 창신 2·3동 일대는 마을버스도 제대로 다니기 어려운 높은 지대의 교통 사각지대였다. 이미 만차인 돌봄카가 골목을 지나자 창문 너머로 어르신들이 ‘지금 탈 수 있어요?’, ‘아까 내려줘서 고마워’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실제로 돌봄카는 평일에는 130~150명, 주말에는 80~100명의 동네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돌봄카 운영에 있어 일등공신으로 ‘기사님’을 꼽았다. 한 어르신은 “돌봄카를 만들어주셔서 청장님과 구청에서 너무 감사드린다”라면서 “기사님들은 매일 인사도 기분 좋게 해주시고 집 앞까지 데려다주셔서 정말 좋다”고 했다.
실제로 1호차 정윤택 기사는 창신동 일대 곳곳에서 모르는 어르신이 없는 듯 보였다. 정 기사는 짐을 많이 든 한 어르신에게는 “무겁게 다 사지 말라고 했잖아요. 제가 또 집까지 들어드려야겠네”라고 웃으며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그는 “어르신들이 창신동 일대에서 자가용처럼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는 것이 ‘어르신 돌봄카’”라며 “특히 어르신들 중에 환자분들도 많은데 이동을 도와드리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구는 어르신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부터 어르신 돌봄카 사업의 변화를 꾀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올해부터 차량 증차, 기사 증원, 운행 시간 확대, 차량 래핑까지 더해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종로 어르신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돌봄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도모하고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