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의 경쟁적 규모 키우기 여파
“선가 상승은 조선사들 협상력 키울 것”
“중국 조선사 수익 강화는 장기적 위협”
최근 컨테이너선 시장 선가가 척당 2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에 수익성 높은 친환경 선박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오던 국내 조선사들도 컨테이너선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컨테이너선 수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국 조선사들의 수익성 증가는 경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증하며 최근 컨테이너선 시장 선가가 척당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약 30% 상승했다.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는 지난해 말부터 예상치 못한 운임 상승으로 현금을 확보한 해운사들이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운동맹 재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늘어난 점도 선대 확대를 추진하는 요인이다.
컨테이너선의 수익성 증가는 조선사들이 선사들과 가격 협상을 하는 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기존엔 수익성 높은 친환경 선박 수주에 주력했기 때문에 협상 가능한 선박이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의 수익성이 높아지며 조선사들이 고려할 수 있는 잠재 계약 건수가 늘어나며 협상력도 높아지게 된 것이다.
컨테이너선 선가 상승은 실제 발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유럽 선주로부터 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총 1조6932억 원에 수주했다. 한화오션이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은 약 2년 만이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달 아시아 소재 선사와 중형 컨테이너선 4척을 6746억 원에 수주했다. 이외에도 7월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3조6832억 원에 수주하는 등 올해에만 22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VLAC)은 물론 컨테이너선 수주도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컨테이너선 선가 상승은 중국 조선사들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장기적으론 국내 조선사에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국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한 7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컨테이너선 선박은 170척 이상으로 올해 발주된 컨테이너선 전체의 90% 수준이다. 최근에도 독일 하팍로이드가 발주한 30척의 컨테이너선 역시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중국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강화되면 연구개발(R&D) 투자 여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국내 조선사들의 발주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컨테이너선 발주는 여전히 중국 조선사들이 따내는 상황”이라며 “결국 장기적으로 수익성 강화에 의한 수혜는 중국 조선사가 더 많이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