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조 달러 안착 주목
非 AI 칩까지 훈풍은 쉽지 않을 듯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인공지능(A)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부진한 실적에 최근 다시 고개를 든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TSMC는 3분기 순이익이 3253억 대만달러(약 13조85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3002억 대만달러를 크게 웃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한 235억 달러(약 32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 이전 예측치인 224억~232억 달러보다 높다. 앞서 9일 TSMC가 대만달러로 발표한 3분기 매출은 7596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등의 최첨단 AI 칩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TSMC 주가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 들어 70% 이상 급등했다. 7월에 이어 이달 14일에도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잠시 찍었다. 이번 발표로 종가 기준으로도 1조 달러 고지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가 설비투자를 가파르게 늘릴 것으로 관측되는 것도 기대를 더하는 부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알파벳·메타플랫폼 등 4곳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난 1062억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또 3분기, 4분기에도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56%, 42% 늘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이러한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AI를 제외한 반도체 분야의 어두운 전망은 좀처럼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훈풍이 엔비디아·TSMC 등이 주로 생산하는 AI 반도체 시장에만 불고 삼성전자, 인텔 등이 주도하는 비(非) AI 반도체 분야는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파운드리 적자에 허덕이는 인텔은 최근 유럽 등 공장 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에 시장 기대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놓았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쇼크 다음날인 16일에 투자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부문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고객들이 신중을 기하고 투자를 일부 미루고 있다”면서 “수요 부족 상황은 내년까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