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6. [인터뷰]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공급망은 중요한 물자를 확보하는 것에 더해 안전하고 신속한 수송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선장 출신 해상법 전문가인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본지에 “외국에서 확보한 물자를 우리나라로 가져오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적기에 적절한 선박이 제공되도록 하고 충분한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항만의 부두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컨테이너 박스의 90%는 중국이 건조하는데 중국이 만들어 주지 않으면 컨테이너 정기선이 움직이지 못한다”며 “공급망 기본법에서 말하는 경제안보 품목에 컨테이너 박스가 추가된다. 우리나라에서 10%라도 제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해운업계는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현재 액화천연가스(LNG)를 필두로 메탄올,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선박들이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대세’가 없다는 상황이 선주사에 복병이 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신조선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며 “건조대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선주사(owner)가 있기 때문에 신조선은 선주사의 몫이라 운항자는 선주사가 마련한 선박을 빌려 사용하면 되므로 부담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선주사가 곧 운항사이기 때문에 신조선을 마련하는데, 특히 중소선사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이 장기적으로 선박을 도입하는 만큼 톤세제도를 영구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톤세제도는 해운사가 법인세를 영업이익의 크기에 따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선박의 톤수를 기준으로 납부하는 제도다. 정부는 2005년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인세 과세표준 특례를 도입해 5년 단위로 일몰을 연장해 왔다.
김 교수는 “해운기업은 20년에 걸쳐 선가를 모두 갚고 소유권을 취득한다”며 “안정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5년 단위로 톤세제도가 되는지 걱정하는 것보다 영구적으로 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은 외국과의 경쟁이기 때문에 외국이 그런 제도를 가진다면 우리도 허용해야 경쟁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북극항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거리와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유럽 대형 정기선사가 주춤한 사이 중국이 항해를 성공하면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홍해가 막히면서 선박들은 희망봉을 돌아 항해해야 한다”며 “북극항로가 열리면 유럽까지 10일이 단축되고 (기간이) 서로 상쇄돼 밸런스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의 문제는 항해 기술의 전자화로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하면서 그 염려가 사라지고 있다”며 “쇄빙선이나 얼음을 깨는 선수를 가진 선박의 건조는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된다. 부산항이나 포항항이 북극항로의 마지막 항이 되면 벙커링을 하는 선박이 방문하면서 상업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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