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5쪽 보고서 등 평가개선 시급…탈락 낙인효과 문제” [반환점 넘긴 글로컬대학]

입력 2024-10-27 09:00수정 2024-10-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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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보고서·비공개 합숙평가 등 개선해야”
“글로컬의 ‘로컬’은 되는데 ‘글로벌’이 부족”
“정치권 인맥 줄 대기 ‘치열’, 사업 방향 어긋나”
“지역대 살리기, 총체적인 국가 전략 필요”

▲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올해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간 비수도권 대학에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내년을 기점으로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반환점을 넘기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평가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에 고배를 마신 대학들이 재도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5쪽짜리 ‘혁신기획서’와 ‘비공개 합숙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억 원 지원규모의 사업을 잡기에 고작 5장 분량의 보고서와 20분간 진행된 온라인 면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앞서 8월 교육부는 혁신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정을 취소하거나 지원금을 삭감하겠다는 내용의 경고 내용의 공문을 경상국립대, 강원대·강릉원주대(통합), 울산대에 보냈다.

대학들이 실현 불가능한 ‘소설 같은 계획안’을 제출하고 돈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교육부가 혁신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글로컬 대학 지정을 아예 취소하거나 지원금을 50% 삭감하겠다고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평가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학에 행정적 업무 부담을 최소화한다지만 5쪽에 요약된 혁신과제로 축약해서 제출하면 평가를 해서 1000억 원을 주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이러한 국가 거대 사업을 수험생, 학부모, 대학교육 전문가,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좀 더 공개적인 장에서 면밀하게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1000억 원이면 지방대가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대학 연구 역량을 갖추게 되는지도 의문을 갖는다. 글로컬 대학은 '글로벌'과 '로컬'을 합쳐,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지역대학을 뜻한다. 한국연구재단의 ‘2023년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가 6855억 원으로 전국 대학 중 가장 많은 연구비를 받았다.

지역대학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컬 대학)사업을 따내기 위해 대학은 대학 간, 혹은 연구소와의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물론 차별화된 교육과정 혁신과 기업과의 연계 방안 강구 등 할 일이 많은데, 연구비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대 교수들이 행정까지 떠맡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청 일부 대학들의 교육부 등 중앙정부와 정치권 인맥 줄 대기도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지역 교육계 한 인사는 “지금까지 글로컬대학 선정 결과를 살펴보면 혁신기획서와 면접만으로는 사업 취지에 맞는 역량 있는 대학을 온전히 선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각 대학 지역 출신의 인사들의 정치권 연결고리 등 정무적 판단과 물밑 작전이 암암리에 있던 것으로 안다”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글로컬 대학에 선정된 대학과 선정되지 못한 대학 간의 낙인 효과도 문제라 꼬집는다. 탈락대학의 한 관계자는 “글로컬 사업 지원금은 대학발전 비용이 아닌 지방대학의 생계비 지원금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며 “결국 학생에게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교육과 연구를 책임진 교수에게는 충분한 지원을 못 하게 돼 구성원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대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방 대학 지원 정책은 중앙정부의 큰 전략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확대뿐 아니라 지역 인재양성과 양성된 인재의 지역사회 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사회구조가 필요하다”며 “지방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총체적인 국가전략 속에서 지방대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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