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년 넘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 부족한 지방에 공급이 지속되면서 준공된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적체를 해소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과 지방 청약시장에서의 미달 속출 등을 고려하면 지금 같은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31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7262가구로 전월보다 4.9%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14개월 연속 증가세로 2020년 8월(1만7781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4개월 동안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90.9%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늘었지만 특히 지방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수도권은 1821가구에서 2887가구로 58.5%, 지방은 7220가구에서 1만4375가구로 99.1% 확대됐다. 지방에서 준공 후에도 불이 꺼진 집이 1년여 만에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79.9%에서 83.3%로 3.4%포인트(p) 높아졌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이다. 전남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204가구에서 2558가구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어 경남(1706가구), 대구(1669가구), 부산(1535가구), 제주(1390가구), 경북(1284가구), 울산(1074가구), 충남(1000가구) 순이다.
수도권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많지 않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소화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지방이다. 일부를 제외하면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지역 내 수요가 축소되고 있는데 주택시장 분위기가 투자 수요를 기대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달 청약한 단지만 봐도 울산 남구 '무거비스타동원', 부산 사하구 '사하경남아너스빌시그니처', 대전 서구 '둔산해링턴플레이스리버파크' 등의 평균 경쟁률이 1대 1에 못미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방은 인구 유출과 함께 경기 악화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있고 최근 진행하는 청약도 미달이 많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준공 후 미분양도 당분간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공 후 미분양 상태가 오래 지속된 주택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감면 조치가 이뤄지면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문제가 빠르게 해소될 수 있지만 현재 국회 상황을 보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나올 만한 해소 방안이 없다는 의미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문제가 풀리는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수년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방도 전·월세 오름세가 지속돼 분양이나 매매로 넘어올 수요가 존재하고 계속된 분양가 상승으로 기존 분양단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는 시점이 찾아온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계속 쌓여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