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당(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리스본에서 차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피오당은 ‘포르투갈 역사 마을’로 지정된 12 곳 중 하나로 중부 내륙 아소르산맥 속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언덕 비탈면에 집들이 옹기종기 있고 밤이 되면 마을의 불빛이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 같아서 ‘성탄절 마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피오당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왕복 2차로의 좁은 길이 산맥을 타고 구불구불 펼쳐져 있는데, 가드레일이 듬성듬성 있어 낭떠러지를 옆에 끼고 운전 하자니 손에 땀이 맺혔다.
피오당 마을이 눈에 들어왔을 땐 장난감 집을 모아둔 미니어처 동네처럼 앙증맞고 예뻤다.<사진> 가까이에서 보니 집들의 벽은 모두 어두운 톤의 편암이었는데 여기에 파란색으로 칠한 문과 창문이 대조를 이뤘다. 편암을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포갠 이유는 그 돌들이 주변에 흔하기도 하거니와 산악지역의 강한 바람과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견고한 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포르투갈에서 겨울에 눈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피오당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즐길 거리는 바로 마을 탐방. 양지바른 경사면 한쪽에 100여 채의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은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나있다. 계단을 오르며 집들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터줏대감 같은 고양이들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살핀다.
마을의 규모가 작으니 금세 넓은 공터가 있는 언덕에 오르고 한 숨 고르며 주변 전망을 감상한 후 내려가다 보면 작은 예배당, 샘터 등도 만날 수 있다. 마을 아래 냇가에는 천연 수영장도 있다.
마을광장에 다다르자 기념품숍 아저씨가 전통주를 맛보란다. 꿀을 원료로 만든 술과 밤을 원료로 만든 술을 시음했는데 달아서 목 넘김이 좋았지만 빈속에 19도짜리 술이 들어가니 뜨끈한 기운이 확 올랐다. 기회가 된다면 하룻밤 묵으며 멋진 야경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던 길을 몇 번씩 멈추고 푸른 하늘과 성냥갑 같은 피오당의 집들을 눈에 담았다. 마침내 마을이 보이지 않는 지점에 다다르자 동화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피오당(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