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EU 가입 목표 탄력 받을 듯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의 옛 소련 국가인 몰도바에서 친(親) 서방 성향의 현직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몰도바 선거관리위원회(CEC)에 따르면 이날 결선투표 후 개표율 98% 기준 친유럽 성향의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이 득표율 54%로 친러시아 성향인 사회주의당 소속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46%)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했다.
산두 대통령은 “여러분은 역사책에 기록될만한 민주주의 교훈을 줬다”면서 “자유ㆍ진실ㆍ정의가 승리했다”고 밝혔다. 또 “몰도바가 2030년까지 유럽연합(EU)에 가입할 수 있도록 밤낮으로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산두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대선 1차 투표에서 43%의 득표율로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의 26%를 앞섰지만, 두 후보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소련 붕괴 이후 몰도바 정부는 서방과 친러 노선 사이를 왔다 갔다하다가, 2020년 산두의 집권으로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가속해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몰도바 물가가 치솟고 러시아와의 교역이 줄며 경제난이 심화되자 스토야노글로 전 총장이 대선 1차 투표에서 예상을 웃도는 투표율을 올렸고, 결국 결선투표까지 이어지게 됐다.
또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일부 친러 후보들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몰도바가 친유럽 행보를 보이다가 전쟁에 휘말려 ‘제2 우크라이나’가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몰도바 첫 여성 대통령인 산두 대통령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하고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경제학자 출신이다.
스토야노글로는 산두 대통령이 부패 척결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접 해임했던 인물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거부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몰도바는 러시아 정부가 금품살포·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조직적으로 선거를 방해 교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몰도바 대선을 지켜보고 있으나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번 몰도바 대선은 친유럽과 친러시아의 진영 대결로 전개되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치러진 옛 소련 국가 조지아 총선에서는 친러 성향의 집권 여당이 친서방 야당 연합을 누르고 과반 득표율을 올렸다.
한편 몰도바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1차 선거와 EU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했다. EU 가입 찬성률은 50.35%로 과반 득표에 가까스로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