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흑백요리사'와 외식업계의 부활

입력 2024-11-06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리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셰프들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화제성만큼이나 출연자들의 식당은 수개월 치 예약이 가득 차 있고, 다양한 방송에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을 섭외하면 시청률 보증 수표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흑백요리사'는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도 확정했다. 벌써 시즌2에는 어떤 셰프들이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런던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3스타의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와 중식계 대부로 불리는 이연복 셰프의 출연도 거론되고 있다.

급기야 '흑백요리사'의 성공에 따른 영향으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2'도 종영한 지 5년 만에 돌아온다. '흑백요리사'에서 백수저로 출연한 에드워드 리 셰프와 최강록 셰프가 '냉장고를 부탁해2' 참여를 확정했다.

이처럼 '흑백요리사'의 성공에 따른 영향은 방송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외식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한 중국집에서 동파육을 시켰다. '흑백요리사'에서 동파육을 인상 깊게 봤는데 출연 셰프들의 식당은 예약이 어려운 만큼 인근 중국집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겠다는 심산이었다. 동파육 대(大) 사이즈가 7만 원이나 했다. 비싼 만큼 그 맛도 기대가 됐다. 쫀득한 식감과 독특한 향이 내 입맛에는 다소 맞지 않았지만 '흑백요리사' 덕분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먹어보는 요리를 도전하게 됐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외식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동파육을 주문한 중국집에서도 "요새 손님이 늘었냐?"고 물으니 "'흑백요리사'의 영향인지 방송에 등장했던 동파육이나 해물누룽지탕, 딤섬 등의 주문이 늘었다. 덕분에 최근 매출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흑백요리사'에서 주목받은 디저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우승을 차지한 나폴리 맛피아(권성준)가 만든 '밤 티라미수'가 그 주인공이다. 나폴리 맛피아가 3라운드 패자부활전에서 선보인 '밤 티라미수'는 심사위원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국내 유일의 미쉐린(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극찬한 디저트다. 그 인기에 주목한 편의점 CU는 나폴리 맛피아와 협업해 '밤 티라미수 컵'을 한정 출시했고, 사전 예약 첫날 20분 만에 2만 개가 완판됐다. 이어 재개된 사전 예약에서도 15만 개의 물량이 역대 최단기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각종 카페에서도 '밤 티라미수' 디저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동네 카페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저트가 된 셈이다. 비록 나폴리 맛피아가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회사 1층 카페에서 맛본 '밤 티라미수'의 맛은 간접적으로나마 왜 이 디저트로 그가 패자부활전 우승을 차지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처럼 '흑백요리사'에 대한 관심은 우리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과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첫 방송 이후 일주일(9월 19~25일)간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식당 검색량은 74배 상승했으며, 출연 셰프 식당 예약 수는 148.4% 증가했다. 이들 출연 셰프와 협업해 간편식을 선보인 편의점 앱 주간 사용자 수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때 침체됐던 외식업계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우리 음식을 맛보기 위한 여행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아시아 10개국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방한 관광객 64%가 한국을 방문하는 주된 이유로 '한국 음식 체험'을 꼽았다. '흑백요리사' 이전부터 증가해 온 K푸드에 대한 열기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불붙은 모습이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흑백요리사'가 불붙인 K푸드·외식업계에 부는 훈풍을, 믿고 먹을 수 있는 우수한 음식으로 보답할 때야말로 이 열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