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르노삼성 프로그램 디렉터 조병제 상무

입력 2010-02-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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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SM5 개발 전반 책임져..."이 시대 중형세단 누릴 수 있는 최고가치 담아"

자동차 한 대가 세상에 나와 빛을 보는 과정은 '출산'에 버금가는 일이다.

섣불리 숭고한 생명 탄생에 기계 문명을 견줄 수 없지만 수년 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개발에 매진해온 연구원과 이를 기획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던 상품기획팀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금쪽같은 3세대 SM5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연구원들이 수년 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고민을 거듭했다. 이런 고민의 중심에는 르노삼성자동차 프로그램 디렉터(Program Director) 조병제 상무가 자리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프로그램 디렉터 조병제 상무
◆3세대로 거듭난 뉴 SM5 개발 전반 조율

프로그램 디렉터는 머릿속 아이디어로 머물러있던 차를 눈앞의 세상으로 끄집어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시장이나 고객 요구에 따라 상품을 기획하고 엔지니어와 조율해 취합하는 업무다.

이밖에 개발비용과 품질, 생산량 등 총체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개발 전반을 책임진다.

조병제(52) 상무가 바로 SM5 개발 전반을 총 지휘한 주인공이다. 인하공대를 시작으로 삼성코닝과 삼성자동차를 거친 그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 기획본부로 자리를 옮겨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에서 SM5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세대를 시작으로 2세대와 역사상 가장 진보한 3세대 뉴 SM5까지 모두가 그가 관여하지 않은 차가 없다. 역시 이야기는 SM5로 시작했다.

"자동차는 다양한 문화적인 흐름과 첨단 과학기술이 어우러져 탄생합니다. 한 가지에 치중할 수 없는 것이지요. 뉴 SM5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여러 '가치' 가운데 특별하게 제시할 수 있는, 그래서 고객이 만족하는 가치를 만들어 제시하는 게 가장 큰 핵심이었습니다."

시작이 조금 장황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뚜렷하게 요점을 파고들었다.

"아시는 것처럼, SM5라는 차가 10년 넘게 이어오는 장수모델입니다. 그동안 항상 중형차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 왔어요. 그 가치가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선 믿을 수 있는 품질이 첫 번째에요. 10년을 타도 유지되는 내구성은 어느 시대에서나 르노삼성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그랬다. SM5는 '10년을 타도 1년 된 듯한'이라는 인상이 언제나 강했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감성품질과 고객만족도 역시 이를 증명한다.

"여러 조사를 통해, SM5를 선택하는 고객이 우선으로 삼는 '가치'는 역시 내구성과 기본성능입니다. 이건 언제나 똑같아요. 다음 SM5가 개발될 때에도 르노삼성이 추구하는 이런 가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이 시대 중형세단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 담아

어느 시대에서나 내구성과 성능을 강조해왔으나 3세대 SM5는 여기에 새로운 가치 하나를 더 얹었다. 바로 신선한 충격이었던 '웰빙 콘셉트'다. 조 상무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뉴 SM5의 가치'이기도 하다.

"새 집도 마찬가지겠지만 새 차도 화학물질이 불가피하게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내장재나 부품 소재 등인데요. 여기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어요.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이나 일본은 이미 이런 유기화합물에 대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뉴 SM5가 이런 면에서 국내 최초로 웰빙 개념을 도입했다고 봅니다"

은은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퍼퓸 디퓨저'와 같은 아이디어도 이런 웰빙 콘셉트 가운데 하나다. 다들 생각은 했지만 막상 현실에 옮겨놓지 못한 이런 아이디어를 짜낸 이유도 궁금했다.

"저희 르노삼성은 전 분야에서 여성인력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다른 메이커보다 강해요. 디자인이나 상품기획, 마케팅, 특히 연구소에서도 여성인력 많습니다. 물론 이들이 뉴 SM5 개발에도 참가했어요. 여성 개발진이 짜낸 아이디어였는데 꽤 좋은 반응을 일으킵니다."

단순하게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치지만 그 뒤에 숨은 이야기도 있었다.

"어떤 향수를 선택하느냐가 제일 관건이었어요. 인체에 무해하고, 쉽게 질리지 않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을 고르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게 적용됐는데 향수를 고르는 과정이 꽤 힘들었죠. 그만큼 시장에서 보이는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뉴 SM5는 버튼 하나로 은은한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2가지 향수가 제공되고 전국 매장을 찾으면 6가지를 추가로 구할 수도 있다. 달콤한 향도 있고 꽤 강렬한 향도 있어 다양한 취향에 배려했다.

중형차 가운데 보기 드문 운전석 마사지 시트 역시 웰빙 콘셉트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고급 수입차나 국산 대형차는 이미 갖추고 있는 기능입니다. 방식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저희 SM5가 가장 진보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미 다른 모델을 많이 조사해봤고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결정했으니까요. 물론 운전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설계됐고 충분한 검증과정도 거쳤습니다."

◆기본 플랫폼에 충실해 최적의 승차감과 핸들링 구현

새롭게 선보인 르노 플랫폼의 드라이빙 성능과 승차감도 끊임없는 고민과 고민을 거쳐 세팅되었다. 이 과정에서 겪었던 프로그램 디렉터로서의 고민도 들었다.

"핸들링과 승차감은 상호 보완관계가 제일 뚜렷한 관건입니다. 동력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에요. 차 하나를 개발할 때 어떻게 보면 이러한 상호보완 관계가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데 이런 사항들을 어떻게 최적화 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뉴 SM5는 기본이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최적화 작업에 충실했습니다."

무조건 플랫폼을 옮겨온 것은 아니다. 한국시장에 맞게 르노삼성의 손길도 더해졌다.

"뒤쪽 서스펜션은 멀티링크로 변경해서 승차감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초기 개발 때부터 '최고의 승차감 & 최고의 핸들링'이 개발팀에게 떨어진 과제였어요. 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세대 SM5가 쓰던 닛산 플랫폼 대신 르노 플랫폼을 밑그림으로 개발한 3세대의 의중도 궁금했다.

"플랫폼이라는 게 차의 뼈대가 되는 핵심요소잖습니까. 주행과 안전, 배기, 연비 이 모든 게 플랫폼으로 결정됩니다. 르노 플랫폼은 그 근간이 유럽형이니까 유럽시장에 맞도록 많은 부분이 설정돼있어요. 특히, 차체강성이나 섀시 특성,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기본골격'이 굉장히 탄탄해요. 닛산의 플랫폼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본이 잘 갖춰진 플랫폼이지만 르노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한 발 앞서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뉴 SM5를 개발하는데 가장 큰 고민을 안겨준 디자인에 대해서도 물었다.

“디자인 최종 결정단계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디자인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어요. 이에 대한 의견도 반반이었는데 기본 콘셉트를 따졌을 때 혁신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이 시장성과 기본 콘셉트에 맞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디자인에 관해 카를로스 곤(Mr.Gohsn)회장도 흔쾌히 수긍해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요.”

뉴 SM5 탄생 뒤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방울이 오롯이 서려있다. 르노삼성 역시 당장의 큰 고객반응에 크게 고무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아이가 커서 훌륭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듯, SM5라는, 하나의 커다란 브랜드가 된 새 모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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