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꿰뚫은 전문 경영인...HP 뒤늦은 대응
마크 허드 오라클 신임 공동사장이 연일 월가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허드는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다 성추문과 관련해 사임한 인물. 허드는 마케팅 대행 계약업체를 운영하는 조디 피셔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회사 자금을 수차례 건넨 혐의를 받고 HP에서 물러났다.
피셔는 성인물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출신이다.
성추문에다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에도 허드에 대한 월가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증시는 유럽 금융권 악재로 출렁였지만 오라클의 주가는 5% 가까이 올랐다.
허드를 밀어낸 HP의 주가가 1%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라클은 허드를 영입하면서 래리 앨리슨 회장과 사프라 카츠 사장과 함께 삼두체제를 형성하게 됐다.
오라클이 세계 2위 소프트웨어업체에서 종합 컴퓨터서비스업체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허드는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평가다.
패트 월라벤스 JMP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오라클의 하드웨어 제품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허드는 오라클의 공급 체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라클은 허드의 영입으로 가장 중요한 적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허드 이상으로 IT산업의 전반적인 그림을 꿰고 있는 경영인은 없다는 것이 월가의 중론이라고 경제전문지 포춘은 전했다.
포춘은 오라클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부문에서 IBM, HP와 경쟁하고 있다면서 오라클은 적의 전략을 꿰뚫어보고 있는 '장군'을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HP는 뒤늦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HP는 허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HP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 소재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허드가 오라클에서 일하게 돼 중요한 기업비밀이 노출될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HP는 허드가 오라클에서 근무하게 되면 기업비밀을 이용하거나 공개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