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인사이드]
주말 ‘골프잔치’를 앞두고 주최 측이 고민에 빠져 있다. 바로 골프코스 상태 때문이다.
10일 송도 국제신도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투어 ‘포스코건설 송도 챔피언스 투어’ (총상금 300만달러).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미국 시니어대회다.
백전노장 톰 왓슨을 비롯해 ‘독일병정’ 베른하르트 랑거 등 미국 시니어투어에서 활약하는 내노라하는 선수는 모두 집결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것. 아직 정식 개장 전이어서 코스 상태가 내세울 만큼 완벽하지가 못하다. 특히 최근 연일 내린 폭우로 인해 더욱 그렇다. 특히 잭 니클라우스GC는 페어웨이가 그린에 사용하는 벤트그래스의 변종이어서 그나만 상태가 좋은 편이다.
이를 눈치 챈 주최 측이 잔디도 보호하고 선수들의 불만도 잠재울 목적으로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 라는 부속규칙을 내놓았다. 발 빠른 대처다.
로컬 룰은 코스의 특수 조건 때문에 그 코스에서만 적용되는 특별한 규칙을 말한다. 프리퍼드 라이는 더 나은 위치를 의미한다. 규칙에 의한 프리퍼드 라이는 폭우 등 악천후의 영향으로 볼에 진흙이 묻었을 경우 들어 올려 닦고 한 클럽 길이 이내에 플레이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프리퍼드 라이는 스루더 그린(플레이 중인 홀의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해저드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만 적용한다.
선수에게는 무척 유리한 규칙이다. 사실 골프는 ‘볼은 놓여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친다’가 기본원칙이다. 골프규칙은 선수에게 벌을 주기위한 것이 아니다. 선수를 구제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프리퍼드 라이 골프규칙은 모양새는 좀 빠지긴 하지만 대회 규정을 정하면 다시 그 원칙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이번 챔피언스 투어뿐 아니다.
2005년 미LPGA투어 CJ나인브릿지에소 이 규칙을 적용한데 이어 KB국민은행 2차전에서도 적용하다가 코스상태가 나아진 최종일은 정상대로 진행했다.
이번 ‘곤파스’ 태풍으로 인해 지난 5일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오픈 최총일 경기에서도 이 규칙이 적용됐다. 코스 상태가 정상적이 아니라고 판단한 주최 측이 이 규칙을 적용했다.
다만 요건이 있다. 볼이 ‘그 홀’, ‘페어웨이에 놓였을 때’만 적용하도록 국한하는 것이다. 이 대회에서 경기위원회는 ‘페어웨이와 페어웨이 높이로 잔디를 깎은 지역’으로 한정했다.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려고 마련된 특별 룰에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윤채영은 대회 첫 날 경기에서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 러프가 만나는 구역에 떨어진 볼을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1벌타를 받았다.
이 규칙과 관련, 마루야마 시게키(일본)는 과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옆 홀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을 들고 닦았다가 '그 홀'이 아니었기 때문에 벌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톰 왓슨은 “고향 캔자스시티 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비와 무더위로 인해 잔디가 많이 손상이 된 경우인데 우리는 그런 잔디를 쿨시즌 그래스라고 한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에서 잔디가 경기하기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면 선수들에게는 최고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 아닌가.
재미난 사실은 미국PGA나 일본PGA투어에서 코스에 불만을 갖는 선수를 거의 보지 못했다. 이유는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조건이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역시 같은 날 개막하는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한일프로골프국가대항전’이 열리는 제주 해비치CC의 코스도 마찬가지다. 코스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주최 측은 태풍과 잦은 폭우로 인해 홀 상태가 좋지 않아 18홀이 아닌 9홀, 혹은 파4홀을 파3로 줄여 경기를 할는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