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하려면 골프를 하십시오. 골프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입니다.”
일본은 지금 스포츠를 권할 때 유독 ‘골프’를 지목하고 있다. 위기의식 때문이다. 골프장 산업이 처절하게 망가진 데다가 갈수록 골프인구가 줄어들면서 골프산업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틈만 나면 골프를 권장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 노령골프인구가 2015년 되면 은퇴하는 골퍼가 많아 더욱 골프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골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골프관련세미나에 다녀온 강성창 도부인터내셔널 대표는 “일본의 골프장 상황은 눈물겨울 정도다. 골프장과 용품산업이 최첨단을 걷고 있는 골프 선진국이지만 줄어드는 골프인구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특히 요즘은 조금 골프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젊은 층에서 골프를 멀리하는 것이 최의 고민”이라면서 “일본은 틈만 나면 정부가 앞장서 골프를 배우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심에서 2시간 이상 떨어진 골프장들은 하루에 1팀을 받기가 쉽지 않다 곳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골프장업계가 무너진 것은 공급과잉과 회원권 가격의 버블, 그리고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실 일본은 골프천국이다. 1960년대에 이미 골프장이 350개를 넘었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일본 최남단 큐슈지역의 가고시마의 36홀 골프장은 1년에 입장객이 13만 명이 넘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6만 명을 채우기가 버겁다.
일본의 골프장은 1992년에 2000개가 조금 넘었고 2003년에 2500여개로 늘어났다. 11년만에 500여개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골프 인구는 정 반대다. 1992년만 하더라도 골프인구는 1천만 이상 이었다. 그러다가 2003년도에 800만 명 대로 감소했다. 골프인구가 줄면 자연히 골프장 입장객 감소로 이어지고 영업 손실을 가져 온다. 1960년대부터 90년도까지 최고 16.4~5.8%씩 연평균 증가하던 골프 입장객 수는 결국 이후 줄어들기 시작한다.
골프장 경영지표는 홀(hole)당 입장객수다. 따라서 입장객이 감소한다는 것은 영업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온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입장객이 줄어들면서 경영악화를 가져왔다. 여기에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예치금 반환을 하려는 회원들이 급격히 늘면서 골프장은 더 이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골프장 도산이나 파산의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은 1991년부터 99년까지 86개의 골프장이 도산했다. 그런데 골프장의 위기가 닥치면서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무려 411개가 도산을 한 것이다. 이것을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미국 골드만삭스 등 금융회사나 한국기업이 사들여 가격을 올려 되팔거나 운영 중이다.
한국보다 먼저 골프장이 붕괴된 일본. 일본이 골프산업을 살리려고 몸부림을 치고있는 가운데 한국도 이곳저곳에서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이 도입한 예치금 반환제도를 그대로 답습했던 국내 골프장들이 서서히 유탄을 맞고있는 것이다. 게다가 회원권 가격 거품도 빠지면서 예치금 반환시점만 기다리는 회원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 골프장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일본 골프장들은 그린피를 낮추면서 인근지역의 골퍼들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외국인 ‘모시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저가의 회원권을 외국인에게 판매하는가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골프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자구책에 골몰하고 있다.
가고시마 공항36CC(36홀)과 미조베CC(18홀)를 운영하는 일본 도사야리조트 오카베 류이치로 회장은 “일본 골퍼인구로는 한계가 있다. 어차피 사장(死藏)될 티오프 시간을 외국인에게 돌린다면 골프장으로썬 그린피와 숙박의 수익이 발생해 1석2조다. 겨울에는 20%이상 외국인이 페어웨이를 메우고 있다”면서 “노캐디 제도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품질은 높이고 싼 가격에 골프를 할 수 있어야 골프장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사야리조트는 개인 570만원에 4명이 회원대우를 받는 평생 회원권을 분양 중이다. 회원이 늘어나야 한 명이라도 더 골프장을 찾지 않겠느냐는 ‘위기에 빠진’ 일본식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