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옥션·11번가 등이 안정적으로 시장을 삼분하고 있던 오픈마켓이 올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통과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시장진출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개정안’이 발효되면 당장 오픈마켓 업체는 개인 판매자 본인 인증제와 같은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인터넷 트래픽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거대 포털사업자인 ‘네이버’가 오픈마켓에 진출할 경우 ‘오픈마켓 3강’ 구도는 뿌리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중개책임제도 마련 ‘골몰’=전자상거래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오픈마켓은 정확하지 않은 신원정보를 등록한 이른바 ‘대포 사업자’가 말썽을 일으킨다. 개인판매자의 신원이 불확실해 직거래사기, 위조품판매 등 각종 판매사기가 발생하면서 오픈마켓은 ‘짝퉁의 천국’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사실과 다른 판매자정보로 소비자피해 발생시 중개의뢰자와 연대책임을 강화해 직거래사기, 위조상품판매, 카드깡 등의 불법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법 개정 법률안 통과가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개정 법안이 발효되면 당장 오픈마켓 등 중개 사이트는 개인 판매자 본인 인증제와 같은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오픈마켓, 포털업체의 중고 거래 사이트, 온라인 가격비교 업체가 ‘판매자-소비자간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가 명문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오픈마켓은 미국 이베이가 소유한 G마켓과 옥션이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SK텔레콤 11번가와 인터파크가 이들을 뒤쫓고 있다. 이들 업체 중 11번가는 공인인증서 방식을 적용해 중개 책임을 지고 있는 반면 인터파크와 G마켓은 휴대폰 인증방식을 사용하는 등 개인 판매자의 신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기존 오픈마켓 업체들에게 당장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으로 인한 연대책임 부과방식을 도입할 경우 11번가는 판매자 신원을 사전에 확보한 공인인증제도를 이미 도입해 적용시키고 있어 연대책임을 질 수 있다”며 “그러나 공인인증제 미도입으로 판매자 신원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업체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4월 진출 기정사실화=NHN은 자회사인 NBP(NHN 비즈니스 플랫폼)에 e커머스본부를 신설하고 박종만 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영입해 오픈마켓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4월경 오픈마켓 모델 형태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쇼핑캐스트를 통해 시장동향을 살피며 진출을 저울질해왔다.
쇼핑캐스트는 기존 쇼핑코너를 인터넷 몰에 임대해주고 쇼핑몰 업체가 직접 상품을 배치해 노출시키는 간접적인 상거래다. 이어 8월에는 11번가와 제휴를 통해 전자상거래 진출 기반 닦기에 나섰다. 기존 11번가에서 받던 수수료(2%)를 포기하는 대신에 네이버 지식쇼핑으로 유입되는 고객에 2% 쿠폰을 발행해 쇼핑몰 사업자와 고객 의존도를 높여 오픈마켓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특히 지난해 말부터 결제중개서비스 플랫폼 체크아웃 서비스(네이버계정으로 타사 쇼핑몰 이용가능)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 전자결제와 배송까지 중개하는 등 사실상 오픈마켓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측 시각이다.
다만 오픈마켓 진출을 확정지은 네이버는 사업방향을 놓고 고민에 휩싸이고 있다. 개정안 통과시 기존 오픈마켓 형태로 나오게 되면 위조품 판매·탈세 사기 등 문제에 직접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명확한 감독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책임에 관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오픈마켓 사업은 고사하고 기존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이 강화돼 개정안이 네이버 e커머스 사업향방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NHN 관계자는 “자회사인 NBP에서 오픈마켓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형태는 기존 온라인 오픈마켓 운영방식과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고 소셜 쇼핑의 방식도 일부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오픈마켓 힘겨루기=네이버가 오플마켓 진출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와 네이버간 힘겨루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네이버가 오픈마켓에 진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중장기 수익원 발굴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다. 오버추어와의 결별로 검색광고수익에 변화가 생긴 네이버는 수익모델이 한계치에 접근해 새로운 수익모델로 오픈마켓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조금 다르게 본다. 네이버와 오픈마켓 사업자간 힘겨루기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오픈마켓 3사(G마켓·옥션·11번가)는 현재 국내 사이트 ‘톱 10’ 중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포털강자인 네이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시장의 급성장으로 트래픽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베이가 네이버의 특화서비스였던 가격비교 사이트인 어바웃을 런칭하는 등 신경전도 심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바웃 런칭으로 마켓과 옥션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광고와 수수료 수입이 안들어오자 고육지책으로 그 수익을 충당할 비즈니스모델고민의 산물이 바로 오픈마켓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해가 밝자마자 이베이가 취한 행동은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G마켓·옥션의 상품 정보를 빼버린 것. 네이버 오픈마켓이 출시되기 전에 네이버 지식쇼핑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G마켓·옥션의 상품 정보는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은 총 30~40%정도다. 즉 네이버는 이번 이베이의 조치로 30~40%의 트래픽 감소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둘러싼 이들의 자존심 싸움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네이버 등장에 따른 경쟁과열로 인해 가격경쟁, 저가제품경쟁 등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경우 오픈마켓 비즈니스의 장점은 없어지고 불신만 높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볼륨파이가 커진다것 이외에...”…시장 비난 여론 점입가경
네이버의 오픈마켓 진출을 두고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다를 것이 뭐냐”라는 식의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온라인 시장지배력을 발판으로 ‘모든 것을 다 해먹겠다’는 기존의 ‘문어발식 확장경영’과 다를 바 없다”며 “상생과 나눔의 의미가 커지는 이 시기에 역행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인터넷 트래픽의 70% 이상을 점유한 네이버가 진출하면 온라인 시장의 대출혈은 당연지사라는 것. 기존 이베이 G마켓·이베이 옥션·SK텔레콤 11번가 중심으로 형성된 ‘오픈마켓 3강’ 구도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란 게 업계 측 시각이다.
70%가 지닌 의미는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2 가량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실제로 오픈마켓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방문하는 비중 중 30~40%는 네이버를 통해 유입된다. 당연히 상거래 경로부터 사전 차단해 기존 인터넷 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마치 플랫폼 사업자인 케이블TV방송국이 수익성이 좋다고 홈쇼핑 채널까지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다며 공정 거래 시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진출이 오픈마켓 시장의 활성화와 이미지 개선이라는 장점도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신뢰와 인지도를 이미 확보한 메이저업체의 진출로 오픈마켓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더욱이 저가, 짝퉁, 직거래사기, 불법상품거래 등의 불신이미지가 높던 오픈마켓 이미지가 신뢰감이 생명인 검색포털 사업자의 오픈마켓 진출로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