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수의 공시 따라잡기]CEO 교체 잦은 기업 투자시 요주의

입력 2011-02-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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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역량·기업 잠재력·사업현황 등 꼼꼼히 살펴야

부산 사람들에게 유명한 ‘비밀번호 8888577’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최종순위를 나타내며, 암흑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만년 하위팀’ 롯데는 모든 면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됐다. 감독이 바뀌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팀 분위기, 관객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그 결과 2008년 3위, 2009년 4위, 2010년 4위 등 3년 연속 가을 잔치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관중 동원순위도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경영자의 역량에 따라 기업가치가 좌우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가치투자자인 워렌버핏도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경영자에 대한 평가를 필수 요소로 꼽는다. 리더의 성향에 따라 기업이나 조직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성향과 역량에 따라 기업의 문화가 형성되고, 치열한 경쟁에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을 수없이 봐왔다.

코스닥 기업 중 최근에 상장폐지 된 기업들의 직전 일 년간의 공시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많이 출현한 항목들이 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이 최대주주변경 또는 대표이사변경 공시들이다.

대표이사는 기업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기업의 상황과 정보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전문경영인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경우 대표이사는 기업의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최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대주주 본인의 일신상의 이유로 (건강상의 문제 등) 인해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다 많은 경우가 기존 사업의 한계와 성장엔진의 부재 등에 기인해 최대주주 지분을 매각한다.

물론 회사는 대표이사나 최대주주 변경 후 신사업 진출,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성장 방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가령, 최대주주 변경 후 합병 등을 통한 우량기업의 우회상장이 이뤄질 경우 회사 상황이 호전되고 주식가격이 단기간에 급상승하는 경우가 좋은 예시이다.

2006년 2월 H사는 벤처캐피탈 회사인 K사에 최대주주 지분을 매각하였고, 경영권을 확보한 K사는 A씨, B씨를 각자대표로 대표이사를 변경했다. B대표이사는 M&A를 전문으로 하는 K사의 고문으로 이전에도 VGX인터내셔널이나 유진로봇 등 대박을 터트려 눈치 빠른 투자자는 뭔가 심상찮은 낌새를 채고 흥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한 듯, M&A전문가가 대표이사가 된 해외무역은 비상장회사인 마이크로로봇과 합병을 발표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J사 또한 2010년 12월에 동종업계 최고 경영자인 P씨가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에 오르고 우회상장 가능성도 높아지자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사례도 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최대주주변경 또는 대표이사변경이 공시되면 최대주주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와 사업의 현황 등 그 실체를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뚜렷한 사유나 내용이 없는 최대주주변경 또는 대표이사변경 공시들은 상장기업에서 단순한 머니게임을 위한 전초전으로 실행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 변경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하지 못해 장기적인 주가하락이 수반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단기간 내에 대표이사나 최대주주의 변경이 수차례 이어진다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2010년 10월에 상장폐지된 F사는 상장폐지 전 6개월 사이에 대표이사가 세 번이나 바뀌고, 최대주주도 두 번 바뀌었다. 또한, 2010년에 L사는 대표이사의 배임 횡령 및 잦은 교체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다.

물론 상장기업이 1년 사이에 다수의 대표이사와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했다고 해 반드시 상장폐지나 주가의 급락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의 최고 경영자인 대표이사변경 공시를 간과하지 말고 중요성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대표이사변경 공시 등 회사의 중요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의 역량과 회사의 잠재적 성장성을 파악한다면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전무(ssyoo3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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