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지난 1997년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미국에 수출한 이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한 핵심 거점을 모두 확보한 것이다.
실적으로도 게임 업계 1위다. 넥슨은 지난 2009년 연매출 7037억원을 기록하며 라이벌인 엔씨소프트를 제치며 선두로 우뚝 섰다. 넥슨의 2010년 실적은 4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NHN을 제외하고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넥슨이 이렇게 기록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넥슨의 창업자인 ‘마이더스의 손’ 김정주(43, 사진) NXC 대표가 있다. 지난 1994년 창업 이후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그를 업계 관계자들은 “잘 되는 게임은 더욱 잘 되게 만들고, 안 되는 게임은 과감하게 접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넥슨을 호령하는 최고 주식부호=김정주 넥슨 회장은 넥슨 및 넥슨재팬의 실질적 소유주지만 언론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전체 사업에 대한 밑그림만 그리고 구체적인 기획안과 전략을 세우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넥슨 CEO에게 위임한다.
올해 넥슨 재팬이 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되면 김정주 넥슨 회장의 재산 규모가 무려 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이 8조73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면 국내 부자 2위에 오르게 된다.
지난 1994년 넥슨 설립 후 IMF와 벤처거품 붕괴 때도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온 비결은 무엇일까. 김정주 회장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늘 과감한 시도를 할수 있는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템으로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넥슨이 세계 최초로 그래픽을 활용한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고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등 국민게임이라 불릴 만한 히트작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캐주얼풍 게임의 명가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넥슨은 지난 1996년 출시한 바람의 나라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이후 2004년 9월 캐주얼 액션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가 중국에서만 동시 접속자 70만명에 회원 수 1억3000만명을 돌파하며 이 분야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또 지난해 7월 메이플스토리가 세운 동시접속자수 41만6000명 기록은 국내 모든 온라인 게임을 통틀어 최고기록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김정주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에 집중, 2004년 메이플스토리의 개발사였던 위젯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넥슨모바일, 2006년 두빅엔터테인먼트, 2008년 네오플을 차례로 인수했다. 지난해는 게임하이와 엔도어즈를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것도 그의 사업 안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거창하지 않고 값싸고 가벼우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추구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기에 17년간 변함없이 청소년과 여성 팬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뛰어난 콘텐츠 로컬라이징으로 해외서 ‘펄펄’=넥슨 그룹의 해외 부문 매출 비중은 2006년 35%에서 2009년 67%까지 상승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가 지난 2009년 연간 수출액인 약 1조7000억원의 약 28%에 해당한다.
넥슨이 해외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뛰어난 콘텐츠 로컬라이징, 시장에 맞는 과금시스템 개발, 이용자에 만족을 주는 게임 운영 노하우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넥슨은 게임사 최초로 게임 내 ‘부분 유료화’라는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부분유료화 모델이란 사용자가 별도의 가입비나 이용료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플레이 중 원할 경우 게임 플레이에 재미를 배가시키는 기능성 아이템을 소액결제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거부감이 높고 신용카드 사기율이 높은 북미시장에서 최적의 소액결제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넥슨 게임이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각 국가별 문화와 취향에 따라 철저한 ‘현지화(Localization)’을 거쳐 재탄생 된다는 점이다. 전세계 60개국에 진출해 있는 메이플스토리가 각 국가별 기념일, 축제기간에 맞춰 게임 내 이벤트를 기획해 진행 중에 있는 것이 그 예다.
또한 국가별 명물이나 특산물을 투입한 것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카트라이더와 크레이지 아케이드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팬더를,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테일즈위버에는 온천과 벚꽃을 소재로 한 일본풍의 아이템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으로 넥슨은 해외에서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게임 중 유일하게 동시접속자수 22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 메이플스토리는 모바일 게임, 콘솔게임, 애니메이션 등 사업다각화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는 넥슨 최고의 IP(지적재산권)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북미, 중국, 유럽 등 주요 해외 지역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보한 신규 게임들을 공격적으로 런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사회공헌실도 새로 만들었고 올해부터 선두기업으로서 사회공헌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진행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부정적 시각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