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국회정무위장 인터뷰
이에 정부와 여당은 임시국회에서 예금자호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그동안 부실 문제를 키워 온 정부정책에 대해 금융당국이 먼저 잘못을 인정해야 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국회 처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허태열 위원장(한나라당)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예금자보호법을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신공항 입지선정 문제를 비롯해 개헌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허태열 위원장 일문일답
-국회 정무위원장으로서 올해 금융 분야에서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으로 무엇을 꼽고 있나.
▲무엇보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시급히 처리부분이다. 삼화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 등 외에도 여러 은행들의 부실 조짐이 제기되고 있어 예금자들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예금자보호법을 처리하든, 공적자금을 투입하든 여야 간 빨리 결론을 내려 예금자들의 불안을 씻어줘야 한다. 이외에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로 법 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이를 빨리 처리해줘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무위에서 여야 간 쟁점이 되는 법안은 무엇인가.
▲예금자보호법의 경우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우선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공동개정을 통해서라도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공적자금을 투입하자고 하는데, 과연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 누가 부실은행에 자신의 세금을 털어 넣으라고 하겠는가. 여야 간 입장차가 큰데 빨리 조율해서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한 방향으로 처리해야 한다.
-정부의 금융 관련 규제로 인해 오히려 시장 고유의 기능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IMF 이후 규제를 완화하다가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비상시국을 타파하기 위해 일정 정도 규제를 강화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고 정상화되면 다시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에 대한 개입을 줄이리라 본다.
한편으론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정책을 강화하면서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에 노출돼 있다. 우리 또한 금리 인상, 은행세 도입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궁극적 큰 방향은 결국 규제 완화다. 금융은 국가의 핵심 근간산업이자 실물경제를 떠받드는 축이 아닌가. 결국 원상으로 갈 것으로 본다.
-신한지주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의 역할 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최고경영진 선임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신한사태가 크나큰 경각심을 안겨줬다. 라응찬 회장과 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정말 큰 문제로 비화됐다. 금융위에서도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다. 이사회의 정립, 사외이사 제도, 리스크 관리 등이 한 사람의 독단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기관에 맡겨진 예금이 누구 것인가. 국민들의 피와 땀이 아닌가. 금융권을 위해서라도 1인 지배 체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저축은행의 부실화가 심각하다. 해법을 놓고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신한, KB 등 대규모 금융지주회사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는데 인수를 통한 구조조정도 한 방법이라 본다. 사실 국내에선 (대형 금융)이들이 큰 규모일지 몰라도 세계적 규모는 아니다.
결국 이들은 국제적 금융회사와 경쟁해야 한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메가뱅크로 가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큰 방향에선 그런 틀로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민금융을 인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의 본래 기능은 그대로 대금융 밑에 둬서 서민을 위한 본연의 역할은 해 나가야 한다.
-하도급법 관련해 여야 간 입장차는 어떻게 조율할 생각인가.
▲제가 입법(대표발의)을 했다. 단가연동제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이냐,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에 관해 손해배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 등이 쟁점인데 오히려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요즘 정치권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상생, 서민 이렇게 외치는데 한국경제의 구조적 본질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건 결국 대기업이었다. 이들이 세계시장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일각에선 중소기업 살리려다 오히려 대기업 죽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중소기업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
-키코 문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책은.
▲최근 법원 판결이 은행 손을 들어줘서 문제가 어렵게 됐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서 우리 역시 그들 입장을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법원 판결이 저렇게 나서 동력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어찌됐든 중소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부산에 지역구(북·강서을)를 둔 국회의원으로서 동남권신공항 입지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나.
▲당연히 가덕도다. 첫째, 동남권신공항의 발단이 김해공항을 보완하는 대체공항이기 때문에 부산시민들의 입장이 제일 먼저 반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공항의 경쟁력 제고 차원이다. 외국의 경쟁력 있는 공항을 보면 전부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내륙에 있으면 여러 문제들로 인해 사실상 24시간 공항의 기능을 할 수가 없다.
밀양은 특히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중엔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김해김씨의 시조산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 있는 봉하산조차 깎아야 한다. 수많은 사찰과 암자들도 철폐해야 하는데 이들이 가만있겠는가? 결국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와 민원을 조정하고 잠재우는 데만 10년이 걸릴 것이다.
반면 가덕도는 그 어떤 민원 제기도 없다. 당장 내일부터 공사가 가능하다. 반대에 봉착해 10년 넘게 국가적 에너지를 소비할 게 아니라 애초 목적대로 가덕도로 오는 게 맞는다고 본다.
-개헌 문제에 대해.
▲국가 발전을 위한 순수한 개헌의 문제라면 처음부터 (친이계가)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실현불가능한 일에 목을 매는 것은 순수성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 민생으로 죽겠다고 하고 온갖 원망이 정치권에 쏟아지는 판에 한가하게 앉아서 개헌이나 얘기하고 있으니 국민적 공감이 있을 수 있겠는가. 명분도 시기도 안맞다. 정말 개헌을 할 생각이 있었다면 (대통령) 임기 초에 했어야 한다, 임기 다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자기 것 희생 하나 없이 개헌을 꺼내드는데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논의가 전혀 동력을 받지 못하고 정쟁거리만 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소신으로 말해왔다. 4년 중임제 역시 개헌을 전제로 한 것인데, 친박계가 논의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개헌은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국민적 총의를 모아 나라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다. 자다가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 아니냐고 한다. 국민은 민생고에 죽겠다는데, 개헌의 ‘개’자도 듣기 싫다는데 무슨 한가하게 개헌 논의냐는 거다. 되지도 않을 일에 에너지를 소비해서 국민에게 도움될 것이 없다.
이재오 장관만해도 1년 전만 해도 ‘개’자도 안 들먹이던 사람이 갑자기 개헌만이 살 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함박웃음’(이 장관의 자서전)을 봐라. 개헌 얘기 있나. 느닷없이 개헌 전도사가 돼 가지고 저리 떠들고 다니는데 누가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친박의 구심점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일종의 좌장 역할론인데.
▲친박은 독특한 팀웍과 독심력을 갖고 있다. 다 이심전심인 것이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우리의 구심점 아닌가. 또 팀장이란 게 다수파는 몰라도 소수파는 옳은 접근법이 아니다. 알다시피 우린 소수다. 당내 소수가 팀장을 갖고 단결해 있으면, 그렇게 울타리를 치고 우리만 살겠다고 똘똘 뭉치면 어떻게 친이를 수용하겠나.
오히려 역기능만 날 뿐이다. 대통령이 모든 권력과 기관 동원해 세종시를 밀어붙였지만 아무 문제없이 잘 막아냈다. 개헌의총도 한방에 깨끗하게 날려버렸지 않는가. 김무성 원내대표도 언론이 갖다 붙인 좌장이지, 언제 좌장이었나. 언제 오더를 내리고 지휘하고 했는가. 언론적 용어로 쓴 것이다.
그리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수도권 의원들 위주로 마음속으로 생각할 거다. 누가 나를 선거 때 도와줘야 도움이 될까. 이재오일까. 안상수일까. 대답은 박근혜 말고 누가 있겠나. 그런 계산 다 안 하겠나. 울타리가 없을 때, 팀장이 없을 때 이런 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