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바레인 시위 지속...사우디·이라크 유화책 불구 정치개혁 촉구
오만에서도 반정부 시위 중 유혈충돌로 2명이 사망하는 등 중동·북아프리카에의 시위 물결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예멘, 바레인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이라크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유화책을 내놓고 고강도 개혁에 착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오만 소하르에서는 27일(현지시간)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전일에 이어 이틀째 소하르에서 진행된 시위는 지난 19일 수도 무스카트에서 800여명의 시위대가 의회의 권력 확대를 촉구하는 거리행진 이후 1주일 만에 재개된 것이다.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이 41년째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오만은 원유 매장량이나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달러에 달하는 수준이다.
예멘에서는 수도 사나를 비롯해 타이즈 아덴 말라 지역에서 대규모 반 정부 시위가 이어져 18명이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예멘 야권 7개 정파의 연합체인 '조인트 게더링(Joint Gathering)'은 시위 동참 계획을 밝히고 다음달 1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예멘 시위 사태는 32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해 강경 기조로 다시 돌아섬에 따라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살레 대통령은 "예멘 군이 통합, 자유,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바레인에서는 최대 시아파 정당인 이슬람국가협의회(INAA) 소속 의원 18명이 이날 정식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총 40개 의석으로 구성된 바레인 의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의원이 사퇴한 것이기 때문에 큰 파장이 예고된다.
INAA는 내각 총사퇴와 함께 내각을 선출직으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바레인 내각은 셰이크 하마드 국왕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돼왔으며 이중 상당직은 왕실 일원이 차지하고 있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명(외국인 노동자 포함시 130만명)의 70%가 시아파지만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20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시아파의 불만이 높은 상태다.
이날에도 수만명의 시위대는 수도 마나마 진주광장에서 왕정교체를 외쳤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압둘라 국왕이 각종 유화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학자 등 123명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탄원서를 통해 직접선거를 통한 의회의원 선출, 여권 신장, 입헌군주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사우디에는 의회 기능을 대신하는 '슈라 위원회'가 있지만 위원들은 역시 국왕의 지명에 따라 임명되고 있다.
킹 사우드 대학의 정치학 교수 칼레드 알-다킬은 "우리는 이런 요구사항을 압둘라 국왕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개혁 조치가 이행될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마치고 지난 23일 귀국한 압둘라 국왕은 주택 건설, 결혼자금 지원, 창업 지원 등 국가 개발기금에 400억리얄(약 11조원)의 기금을 편성토록 하고 국가 공무원 급료를 현수준에서 15% 인상토록 관계 당국에 지시하는 등 경기부양책은 쏟아냈지만 정치·사회개혁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라크 정부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이날 "100일 후 부패척결과 실업난 해소, 공공서비스 개선 진행상황을 각 부처별로 평가한 뒤 결과가 좋지 않은 부처의 장관은 해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미 전력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 사업이 미진한 쿠트 바스라 바빌 등 3개 주의 주지사 3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가 강도 높은 개혁에 착수한 것은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국민 여론 악화를 진정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5일 전국 17대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같은날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모두 16명이 사망했다.
시위대는 이라크 총선 1주년을 맞아 다음달 4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집트 사법부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 참여했던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하비브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에 대해 다음달 5일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체포된 아들리 전 장관은 돈세탁, 공무원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내달 중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집트 개헌위원회는 지난 26일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6년에 4년으로 줄이고 한 차례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규정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밝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