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와 제트연료 비용 격차 심화
미국 항공업계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를 기준으로 하는 유가 헤지 전략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항공업체들이 고유가를 헤지하기 위해 참고하는 WTI 가격과 실제 제트기 연료 비용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새로운 헤지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제트연료 가격이 올 들어 28% 상승하는 동안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11.6%, 24%씩 올랐다.
미국 항공업체가 고유가에 대비한 전략을 짜기 위해 기준으로 삼는 WTI가격이 실제 제트연료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WTI와 제트연료의 가격 차이는 미국 항공업계가 치솟는 연료비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항공료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항공업체들은 높은 에너지비용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짜는 데 WTI를 기준으로 삼는 반면 유럽과 아시아 경쟁사들은 영국 북해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를 참고한다.
일부 미국 항공회사는 WTI와 제트연료 가격차이가 벌어지면서 고유가 헤지전략에 대한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저가항공사 제트블루는 "WTI를 기준으로 헤지하는 북미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WTI와 브렌트유 가격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WTI가 브렌트유에 비해 실제 제트연료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리차드 브랜슨 소유의 저가항공사 버진아메리카도 WTI와 제트연료 가격차가 심히 우려스럽다며 어떤 수단을 써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항공수송협회(IATA)는 유가 상승으로 올해 업계 순익이 전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IATA는 올해 글로벌 항공업체 순익전망치를 지난해 12월의 91억달러에서 86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지난해 항공업계가 거둬들인 순익 160억달러에 비해 46%나 줄었다.
IATA는 지난달 국제유가가 배럴당 84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동 소요사태가 심화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5달러를 돌파하자 IATA는 올해 브렌트 유가를 배럴당 96달러로 상향조정했다.
IATA는 올해 항공업계의 연료비용은 100억달러 늘어난 16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