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잡는 명품연기 '지역감정' 사르르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 갈등을 남녀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벌어진 지역간 앙금의 골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영화에서는 ‘시라노 연애조작단’, ‘방자전’을 통해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송새벽’과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호평받은 ‘이시영’이 그 시절 애틋했던 연애 이야기를 보여줬다.
펜팔을 통해 사랑을 키워온 부산 여자 피아니스트 다홍(이시영)과 광주 남자 순정 만화 작가 현준(송새벽). 다홍의 아버지 영광(백윤식)은 혼기가 넘어가기 전에 빨리 시집을 보내려고 다홍을 맞선 자리에 계속 내보낸다. 원치 않는 선을 계속 보게 된 다홍의 사정을 들은 현준은 다홍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전라도 남자만은 절대 안 된다는 영광의 아집에 현준은 서울 남자라고 속이고 상견례차 다홍의 집을 방문해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겪는다.
남녀 주인공 송새벽과 이시영은 스크린데뷔 2년차 신인임에도 각자 개성을 살린 매끄러운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첫 주연작 영화를 맡은 송새벽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쑥맥남 현곤처럼 자신은 진지한 연기를 하지만 관객들은 웃기게 받아들이는 특유의 장기로 관객들을 배꼽잡게 한다.이시영도 서울 출신으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경상도 사투리를 큰 무리없이 소화해 다홍으로 변신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극중 탄탄한 조연들의 명품 연기도 재미를 더했다.
과거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라이벌 구도였던 영광과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은 극중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인물로 나와 팽팽한 연기대결을 펼쳤다. 김수미는 다홍의 어머니 춘자 역을 맡아 친절하고 세련된 역할로 변신을 꾀했으며 후반부에는 현준의 조력자로 큰 웃음을 줬다. 현준의 형 대식 역으로 나오는 박철민은 속사포 같은 대사 처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역시 명품 조연이라는 탄사를 자아냈다.
연극과 뮤지컬에서 다져진 정성화는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다홍의 오빠 운봉으로 열연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말씨와 순정 만화를 좋아하는 여성 취향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묘한 재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잘 차려놓은 배우들에 비해 늘어진 편집은 다소 지루했다. 백윤식과 김응수의 과거 회상 장면을 만화책으로 그려낸 시도는 좋았으나 역시 느린 전개와 설명적인 화면으로 따분했다. 행복한 결말을 위한 근거 없는 억지스러운 반전 장면은 실소를 자아냈다.
한편 영화는 가수 박남정이 출연해 댄스와 함께 널 그리며를 열창하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로야구의 해설가로 하일성이 등장해 80년대 후반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아기와 나, 청담보살을 연출한 김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4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