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원지사 한나라 예비후보 엄기영..."맨주도 내게 러브콜, 한나라行 비난은 어불성설"
그는 이날 강원도 원주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은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위해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조건 등을 점검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면 정부에서도 그렇게 봐 줘야지, 몇 개 흠결이 있다고 온통 PD수첩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 후보는 그러면서 “MBC도 저런 식으로 나와선 안 된다”며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 정확한 사실보도를 해야지 잘못 없다는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MBC 사장 출신이기도 한 그는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사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에 대해 “많이 흠결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해 논란을 재촉발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러면 (PD수첩이) 흠결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나. 몇 가지 오류는 굉장한 오류였다.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대법원 판결도 난 만큼 이젠 좀 정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당적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애초 비난받을 사람이었다면 민주당은 왜 제게 러브콜을 보냈느냐”며 “자가당착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도내 퍼져있는 이광재 동정론에 대해선 “강원도가 왜 이렇게 휘청대고 두 번씩이나 도지사 공백상태가 이뤄지는지, 그게 누구 때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민주당이 사과해야 할 문제”라고 규정했다.
다음은 엄기영 한나라당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높은 인지도와는 별개로 정치에선 신인이다. 막중한 선거에 임하는 심적 부담감은.
▲언론인으로서 36년 외길을 걸어왔다. 객관적으로 충실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저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전해져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다. 정치적으로는 신인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이다. 그러나 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진짜 저 양반이 강원도를 위해 무엇인가 해내겠구나, 지역경제를 살리고 당당하고 행복한 강원도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자세로 첫발을 내딛었다. 결국은 진정성의 문제다.
-삼척 원전이 화두로 떠올랐다. 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여전히 찬성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원전문제에 앞서 지역현안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원주·강릉 복선전철, 춘천·속초 고속철도 등 인프라에 해당하는 여러 국책사업들, 또 접경지역의 특별법, 폐광지역 연장,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이미 됐어야 될 현안들이 제대로 진행조차 되지 않았다. 지사가 되면 제대로 실천해 내겠다. 원자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지역이 어려우면 삼척주민의 96.9%가 유치 찬성을 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다만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은 담보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과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엄기영, 최문순 양 후보 모두 이광재 전 지사에 비해 지역 밀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방인으로서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뜻인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이광재 전 지사는 지역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그 과정에서 도민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반면 저는 이광재 전 지사 낙마로 두 번째 도정 중단 사태를 초래한 상황에서 위기의 강원도를 구하겠다며 나왔다. 아직은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서민 밀착형으로, 도민 밀착형으로 선거를 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앞서 말씀드린 진정성을 도민들에게 간곡히 설파해 나가겠다.
-당적 문제를 두고 민주당의 공세가 파상적이다. 대중들 역시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등 현 정부와의 갈등을 상기할 때 한나라당행은 의외라는 평가다.
▲언론인으로서 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 그건 정도(正道)를 지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쪽저쪽에 치우치지 않고 언론의 정도인 비판기능에 충실했다. 그것은 김대중·노무현 민주당 정권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랬으니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선거 때마다 저를 오라고 한 것 아니겠나. 이제 개인자유 선택에 의해 한나라당을 택했다. 강원도의 발전, 강원도민을 위해 제 발로 한나라당에 가서 입당원서를 내고 출마했다. 그걸 가지고 비난하는데 애초 비난받을 사람이었다면 민주당은 왜 제게 러브콜을 보냈나. 자가당착 아닌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엄 후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용병은 돈 주고 데려오는 것인데, 저는 제 발로 스스로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돈 받은 적도 없다. 전여옥 의원이 강원도에 대해 그만큼 애착을 갖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얘길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전 의원도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해보겠다.
-PD수첩에 대해 ‘흠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면 흠결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나. 솔직해져야 한다. 언론도 그걸 갖다가 갈등을 극대화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봐 줬으면 좋겠다. PD수첩의 경우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위해 해야 될 일이 있고, 또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조건 등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점검해 볼 수 있는 당연한 프로그램이었다. 재협상 수준을 이끌어내면서 국민건강 부문에 있어 상당한 이익도 받았다. 굉장히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면 정부에서도 그렇게 봐 줘야지 비판기능을 했다고, 몇 개의 흠결이 있다고 온통 PD수첩한테 뒤집어씌우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MBC도 저런 식으로 나와선 안 된다.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 정확한 사실보도를 해야지 잘못 없다는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 저는 한나라당이나 MBC, 둘 다 문제 있다고 본다.
-MBC는 사장까지 지낸 후보에 대해 섭섭한 감정이 많은 것 같다.
▲그 오류는, 몇 가지 오류는 사실 굉장한 오류다. 기자정신으로 볼 때 그렇다. 충분히 저쪽(정부여당)에서 오해할 만한, 일부러 광우병 우려를 불러일으키려 했다는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할 만큼의 오류라면… 그래서 저희가 사과하고, 제가 또 따로 사과까지 하고 이러지 않았나.
-설사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당시 수장으로서 본인의 과(過)로 인정하면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그걸 갖다가 아직까지… 이젠 좀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미 대법원 판결도 난 사건이고. 저는 어쨌든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바른 언론으로서 기능을 했고 이득도 있었지만 ‘더 잘했더라면 좋았을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스로의 장단점을 냉정히 평가한다면.
▲사람들이 저를 만나면 얘기를 많이 하려 한다. 리스닝(listening)할 자세가 돼 있고, 그런 커뮤니케이션 자세는 제 장점이라 생각한다. 저는 그걸 소통과 통합의 특기라고 본다. 그리고 제 인생에 있어 결단할 때는 충분히 결단해 온 걸 보여드렸다. 비행기사고 났을 때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또 MBC사장으로서 대주주(방문진)하고의 마찰이 있었을 때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 사장직을 버리기도 했다. 충분히 고심하지만 일단 (결단을) 내리면 망설이지 않고 그 길로 가는, 이번 강원도지사 출마도 그랬다. 이런 비난이, 어려움이 예상되면서도 한나라당을 선택하고 결단을 밀고 나갔다. 약점? 담배를 끊어야지(웃음).
-같은 관점에서 상대후보로 유력한 최문순 전 의원을 짚어본다면.
▲저는 최문순 후보에 대해 종합분석을 할 그런 입장이 아니다. 다만 사랑하는 후배고 아끼는 후배다. 그것만 말씀드리겠다.
-현실에선 최문순 후보와 겨뤄야겠지만 정작 넘어야 할 산은 도민들 마음속에 있는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애정이 아닌가 싶다.
▲왜 이번 선거가 이뤄지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가 왜 이렇게 휘청휘청 대고 두 번씩이나 도지사 공백상태가 이뤄지는지, 그게 누구 때문인지 조금만 뒤돌아보게 되면, 누가 누구를 동정하고 그리워하겠는가. 120억원이 넘는 돈까지도 없는 강원도 살림에 나가게 하는 이런 상태가 왜 빚어졌는가. 우리 정치권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사과해야 할 문제인데 왜 사과도 하지 않는지, 저는 아주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민들이 바른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
-연령대로 보면 여론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40~50대, 특히 40대에서 최 후보에 뒤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역사적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광재 전 지사도 386세대로 40대였다. 역사적 경험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였다. 그러나 또 20대는 다르다. 결국 저는 세대적 차이보다 강원도의 발전, 강원도민의 행복, 이런 것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 중점을 두고 젊은이들과, 40대와 얘기하고 설득해나갈 생각이다. 누가 더 강원도를 더 발전시킬 것인가, 누가 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인가, 그런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엄기영의 정치적 색깔은 무엇인가.
▲변화를 추구하는 보수, 개혁적 보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합리적 보수. 그렇게 정리하면 되겠다.
-한나라당에도 그런 소신을 계속해서 밝혀 나갈 생각인가.
▲우선 강원도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앞장서겠다. 그리고 진정한 보수는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야 하고, 이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낡은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있어선 안 된다.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심을 이반하고, 대화는 안 하면서 발전만 가로막는 이런 태도는 안 된다.
[프로필] 엄기영 강원도지사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MBC 메인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간판앵커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파리특파원, 뉴스 앵커, 보도본부장, 특임이사 등 사내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뒤 지난 2008년 3월 제28대 MBC 사장에 올랐다. 수려한 외모와 지적 이미지를 모두 갖춘 그는 한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갈등을 겪으며 민주당의 최우선 영입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이광재 전 지사의 낙마로 치러지는 이번 4.27 강원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돌연 한나라당을 택하면서 배경에 궁금증을 낳기도 했다. 언론 스타를 넘어 정치인으로도 성공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그에게로 쏠리고 있다.
▲충북 충주 출생(본적, 강원도 평창) ▲춘천중학교 ▲춘천고등학교 ▲서울대 사회학과 ▲MBC 뉴스데스크 앵커 ▲MBC 보도국장 ▲MBC 보도본부장 ▲MBC 특임이사 ▲제28대 MBC 대표이사 ▲한국방송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