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어음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전자어음을 발행하면 건당 1000원, 배서·보증시 2000원, 지급제시할 때 3000원을 지불해야 해 중소기업 등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2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0년 전자어음 발행 건수는 136만6057건에 이른다. 여기에 발행 건당 수수료 1000원을 곱하면 작년 전자어음 발행 수수료만으로 13억6605만원의 수익이 났다. 여기에 비공개된 배서·보증과 지급제시 건수 추정치를 고려하면 전자어음 수수료 수익 총액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내역을 보면 발행보다 2~3배 더 횟수가 잦은 배서·보증(27억3211만원~40억9817만원)과, 발행 후 어음 채무자에게 약속된 금액의 지급을 요구하는 지급제시(3000원X136만6057건=40억9817만원)의 수수료 합계액을 더하면 그 액수는 대략 총 81억9534만원~95억6139만원으로 추정된다.
대일특수강주식회사라는 탄탄한 중소기업을 28년 간 이끈 이의현 대표이사는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위한다고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용하는 어음발행이 전자화되면서 종이어음 때 없는 수수료를 내게 됐다”며 “전자어음제도 도입으로 좋아진 사람들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기관, 거래가 투명해져 세원이 늘어난 정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물어음과 달리 전자문서화 돼 관리기관에 등록돼 거래되는 전자어음은 2005년 시행됐으며, 2009년부터는 외부감사대상 주식회사가 발행할 경우에는 이용을 의무화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어음 분실, 도난을 피할 수 있고 비용절감,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자어음제도 의무화 시행 기간이 짧아 이용시 1000원에서 3000원까지 수수료가 떼이는지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업인들은 전자어음이 과거 종이어음과 같다고 여길 뿐 세부적인 처리는 경리부에서 맡아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나 전자어음은 현금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많이 이용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에게는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2005년 전자어음 사업 원가분석 용역보고서는 2010년도 전자어음 발행 건수를 72만8000건으로 예상하고 수수료를 책정했다. 하지만 2010년 전자어음 발행건수는 136만6057건으로 예상치보다 187%를 초과 달성했다.
현시점에서 전자어음 수수료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중소기업인들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자결제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사안이 위원회 소관사항이 아니어서 관련기관인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에 통보했다”며 올해 공정거래위원장과 중소기업CEO들과의 간담회에 후속조치 결과로 보고하는 데 그쳤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전자어음 수수료 관련 사항을 얘기한 적은 없었다”며 “전자어음 수수료 관련 사항을 개선하려면 이용약관에 대한 승인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법무부에도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작년에 수수료 인하에 대한 민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전자어음 의무화 이후로 이용률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판단, 금융결제원으로 하여금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도록 요청할 필요는 있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전자어음 수수료로 발생하는 수익은 금융결제원과 어음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해당 은행이 50대 50 비율로 배분하도록 돼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문제에 대해 “전자어음 비지니스모델을 개발·관리해주는 기술지원사업자에게 매년 기술관련 특허료를 내고 있으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적자운영했다”며 “현재 전자어음 수수료 관련해 민원요구사항을 해당 시중은행에게 통지만 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전자금융결제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첨단을 달리고 있어 전자어음 수수료의 적정수준에 대한 외국 모범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전자어음제도 개선을 위해 관계 기관인 법무부, 금융결제원, 시중은행, 이용당사자들이 누적적자 해소, 기업의 수수료 부담 등 의견조율이 잘 이뤄지도록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