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8.8의 대지진 극복하며 5% 이상의 성장률 기록해...남미 첫 OECD 국가
(편집자 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Mercosur)은 정식 회원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만 합쳐도 인구 2억4000만명에 경제규모 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정식회원국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칠레와 페루 등 5개 준회원국도 정식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메르코수르가 남미는 물론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거대 경제블록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8회에 걸쳐 메르코수르 경제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남미 경제 맹주 브라질, 삼바 리더십으로 뜬다
②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경제 부활 기지개
③ 베네수엘라, 석유로 흥하고 차베스식 사회주의로 망한다
④ 개방정책 통해 신흥 경제강국으로 부상하는 콜롬비아
⑤ 지진 이겨낸 칠레 경제의 힘
⑥ 페루, 남미 경제성장 이끈다
⑦ 파라과이·우루과이, 경제개혁으로 중진국 도약
⑧ 볼리비아·에콰도르, 사회주의 개혁 성공할까?
‘구리 대국’ 칠레가 도약하고 있다.
칠레는 대지진과 광부 매몰 사건 등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굳건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칠레는 지난해 2월 규모 8.8의 강진을 맞아 500여명이 숨지고 300억달러(약 32조4000억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국가경제가 흔들릴 뻔한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칠레는 지난해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31.5%, 수입은 38.5% 각각 늘어나고 무역수지 흑자가 158억달러를 넘는 등 칠레 경제는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업률도 7.1%로 2년래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칠레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5%로 1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지난해 광산의 노후화와 일부 지역에서의 노사분규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구리 생산의 3분의 1 수준인 541만t을 생산했다.
글로벌 구리 가격 강세에 힘입어 구리 수출액이 전년보다 43% 증가한 696억달러에 달해 칠레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칠레 정부는 지난해 문을 연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주의 에스페란자 광산의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구리 생산이 6.4%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칠레의 와인 산업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칠레는 세계 10위 와인 생산국이며 5위 와인 수출국으로 칠레 와인은 가격 대비 맛과 품질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한 고급 와인도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칠레 지도자들의 돋보이는 리더십이 칠레 경제를 살린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칠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17년간의 독재 정치 이후에 들어선 대통령들이 온건하고 성실하며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칠레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경제를 살리고 사회 각층의 분열과 대립을 해소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격찬했다.
지난해 3월3일 퇴임한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대지진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아 지진 발생 직후 피해지역 6곳을 현장 방문하고 대국민 연설을 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일부 약탈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슈퍼마켓의 음식을 무상으로 배포하는 등 응급조치와 함께 국민들에게 재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지진으로 동요된 민심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동일본 대지진에 늦장 대응과 무대책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비교하면 칠레 대통령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휘한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광산 매몰 광부 33명이 생환하기까지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며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로 승화시켰다.
칠레 정부의 시장친화적인 정책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피노체트의 17년 독재정치 이후 20년간 칠레정권을 장악한 좌파진영은 이데올로기 대결을 피하고 실용주의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
한국의 첫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칠레는 유럽연합(EU), 미국과 일본 등 56개 국가와 FTA를 체결하고 중소기업 육성과 민간투자 유치 등 정책을 통해 빈곤율도 피노체트 정권 당시의 45% 수준에서 13%로 끌어내렸다.
20년 만의 우파 정권을 출범시킨 피녜라 대통령도 “칠레 경제를 번영시킨 중도 시장주의 노선을 이어갈 것”이라며 “일자리 100만개 창출과 연 6% 경제 성장, 마약 근절 등 실용적인 목표 달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는 그 간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인정받아 지난 1월 남미국가 중 처음으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