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음반사 EMI가 또 매물로 나온다.
지난 2월 EMI를 인수한 미국 씨티그룹이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씨티그룹의 EMI 매각은 지난 5월 워너뮤직 입찰에 참여한 응찰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인만큼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다.
워너뮤직은 러시아 재벌 레오나드 블라바트니크가 이끄는 액세스인더스트리즈가 33억달러에 인수했다.
FT는 블라바트니크가 워너뮤직과의 상승효과를 위해 EMI에도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EMI는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와 인기 첩보영화 시리즈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테마음악을 만들어내는 등 음반사에 미친 영향이 만만치 않다.
이외에 EMI는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를 비롯해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헤비메탈밴드 아이언메니든, 미국의 팝가수 케이트 페리 등의 앨범도 발매했다.
FT는 EMI 매각 입찰에는 사모펀드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와 독일 미디어그룹 베르텔스만,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회사는 EMI가 비틀즈의 고향이라는 점에 민감하다"며 "EMI를 영국 유산 중 하나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영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세계 4대 음반사에 속하는 EMI는 2007년 영국의 사모투자펀드(PEF) 테라 퍼머에 40억파운드에 팔렸다. 테라 퍼머는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음반시장이 침체되면서 자금난이 심해지자 차입금 상환 만기일을 한 달 남겨놓고 지난 2월 주요 채권자인 씨티그룹에 회사를 넘겼다.
씨티그룹은 인수 후 구조조정을 통해 EMI의 부채를 34억파운드에서 12억파운드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