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윳값 손실 보전없이 압박…"가격인상 자율에 맡겨라" 요구
우유업체들이 지난 8월 협상이 완료된 원유가격 인상(19.8%)분을 우유값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큰 폭으로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 10개 우유업체가 우윳값 인상을 업계 자율에 맡겨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탄원서를 농림식품수산부에 제출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실보전 대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자체적인 우윳값 인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가격 단속에 거세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10일 한국유가공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주요 우유업체들은 지난 7일 유가공협회 주재로 긴급 모임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농식품부에 제출했다. 업체들은
“(원유가격 인상 이후) 올 연말까지 전체 우유업계 손실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치즈 등 수입 유가공 제품에 대한 할당관세 도입 방안을 확정해달고 요구했다. 그 것도 어렵다면 가격인상을 업계 자율에 맡겨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제출한 탄원서에는 “정부가 손실 보전 대책도 없이 우윳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한다면 낙농가에 대한 원유가격 인상분 지급을 보류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유업체들이 초강수를 들고 나온 이유는 원유값 인상에 따른 손실액이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어서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하루 평균 우유 손실액이 3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위와 3위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각각 1억3000만원과 1억1000만원 선에 달해 이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전체 우유 업계의 손실은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유가공협회는 내다봤다.
우유업체들은 인상분 지급 보류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유윳값 인상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빠르면 이번 주 내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가격인상안을 다룰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측은 “이미 9월에도 정부의 보전대책이 없을 경우 10월 중순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출고가를 원유가격 인상폭 정도로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전격적으로 인상에 나선다면 눈치만 보던 후발주자들도 줄줄이 인상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며 “손실이 너무 심해 가격인상을 더이상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우유가 출고가격 기준으로 가격을 올리다면 현재 ℓ당 2200원 안팎인 우유 소비자가격은 유통업체의 유통마진 등이 더해져 2450원 전후로 결정될 전망이다. 우유업계와 낙농가는 지난 8월16일 정부 중재안을 토대로 원유가격을 19.6% 올리는 데 합의했으며 ℓ당 704원이던 원유가격이 3년 만에 841원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