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등 비도덕적 경영에 큰 반감…공정경쟁·사회공헌이 신뢰회복 지름길
우리 국민들의 부자에 대한 반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부자 중에서도 재벌에게 집중된다.
다른 부자들에 비해 재벌 일가들이 대중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잦은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재벌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국내 재벌에 대한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삼성, 현대, LG 등 국내 수출의 70%를 담당하는 재벌들이 해외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뇌물, 탈세 등 비윤리적 경영활동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가계 부채 증가로 서민들의 생활난이 재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또 집권 초기 친 기업적 행보를 보였던 현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를 유보하는 등 반재벌 정서가 확산되는 점을 강조했다.
NYT는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 말을 인용해 “최근 한국 재벌들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중소기업 협력을 늘리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그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법률과 공정 경쟁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07년 KDI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KDI는 반기업 정서의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연구 결과, 기업에 대한 생각은 ‘호감’이 ‘반감’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재벌에 대한 호감도는 반감이 오히려 높았다.
재벌에 반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조사대상이 ‘편법상속과 분식회계 등 비도적적인 경영’을 가장 높게 꼽았다.
당시 임원혁 KDI 임원혁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는 일반기업이 아닌 재벌이나 재벌총수로 인한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부정적 정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부자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재벌들이 혁신과 도전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지 않고, 영세소상공인 생활 기반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 재벌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반재벌 정서가 강화된 이유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을 펼친 정부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대기업 위주의 국가 정책 덕분에 우월적 지위를 얻은 기업인이 경제권력을 사유화하는 것도 기업인에 대한 반감을 부추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의 경제권력 사유화가 개인과 기업의 구분이 흐려지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그는 “경영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개인이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면 기업인이 기부를 해야지, 왜 기업이 이를 대신해야 하느냐”며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재벌들이 부자를 나쁘게만 보는 국민들의 의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요구사항도 변했다. 예전에는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기업의 역할은 끝이었으나, 이제는 진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존경을 받는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양호한 경영성과,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우리 기업에 필요한 주요 덕목이 되고 있다.
한동철 부자학연구회 회장은 “요즘 대중은 기업에 대해 이윤추구라는 고전적인 의미의 기업의 이미지를 바라지 않는다”며 “세금탈루나 불법 증여 등으로 훼손된 도덕성을 회복하고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는 기업이 이 시대가 바라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