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성격상 사업재개 논의 일러…해빙무드 조성 가능성 높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한 민간 조문단으로 방북한다. 이에 따라 2008년 7월 이후 3년여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사업을 포함한 대북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1일 “정부가 현정은 회장과 이희호 여사에 국한해 민간 조문단 방북을 허용키로 하면서 조문단 규모와 일정,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대북사업 재개여부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방북은 조문의 성격이기 때문에 사업재개 여부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까지 이어진 현대그룹과 북한과의 인연을 고려할 때, 이번 조문을 계기로 남북간 경색국면이 다소 완화되고 중단된 대북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이 있은 이후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05년 7월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첫 독대가 이뤄진 후 현대그룹은 백두산·개성 시범관광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또 2007년과 2009년 방문시에도 백두산·개성관광 사업권 확보와 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같은 전례를 비춰볼 때 이번 조문이 현대그룹과 북한과의 해빙무드에 기여를 하지 않겠는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정은 회장도 지난 8월 고 정몽헌 회장의 8주기 추모행사 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의 방북은 고 정주영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 타계 당시 북한의 조문에 대한 답례 성격”이라며 “최근 정부의 유연한 대북정책 등과 연계한다면 대북사업 재개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북사업의 경우 정치적인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갖고 있지만, 정부의 방침에 따른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한의 사회변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고 내년 이후 북한의 권력구도가 어떻게 형성될 지가 변수”라며 “북한 내부질서가 정리돼야 대외적 사업에 대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