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개발 공약부터‘대선공약’ 뻥튀기까지 18대 국회 때도 공약이행율 35% 불과… “유권자 판단이 중요”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은 국회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지금 전국 각 지역에선 4·11 총선을 겨냥한 예비후보들의 무분별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개발 사업부터 민원성 공약, 심지어 12월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뻥튀기’ 공약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공약남발은 지역민들의 혼란만 더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도 지역구 의원들은 공약의 35%정도만을 실행했는데, 이런 낮은 공약이행율은 19대에서도 반복될 전망이다.
◇ 지역에선 어떤 일이? = 경기 의왕·과천의 민주통합당 소속 예비후보 A씨는 인덕원~수원 간 ‘의왕 지하철’을 대선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하철 공사는 총사업비가 2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아직 타당성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A씨는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통합민주당 대통령선거 공약에 의왕지하철 추진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해 대표적인 ‘뻥공약’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도 천안갑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소속 B 예비후보는 “세계 애완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해 천안을 세계 애완동물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는 다소 황당한 공약을 내놨다. 그가 밝힌 세계 애완동물 테마파크 조성은 400만㎡의 부지에 사업비용만 해도 1조 1500억 원에 달한다.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그는 “급격한 노령화와 나 홀로 가구 증가 등으로 애완동물 산업은 전망이 밝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이어서 고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남 양산에 도전하는 새누리당의 C후보는 고속도로 양산~부산, 양산~대동, 양산~서울 간 구간 통행요금의 전면 무료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 구간이 무료화 되면 매년 200억원에 가까운 교통물류비용이 절감돼 지역경제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도로공사에 쌓인 부채만 2010년말 기준 22조 9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영업이익은 매년 줄고 있어 공사 측은 오히려 통행료를 지속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공약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각지에서 기업·병원 유치, 도로 신설 및 확장, 그린벨트 해제, 각종 지원 사업 등 검증되지 않은 공약들이 수없이 쏟아지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장치는 없는 형편이다.
◇ ‘묻지마’ 공약, 해법 없나 = 무분별한 공약의 남발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민단체들이 나름의 감시활동을 벌이지만, 더 중요한 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약은 지키면 책임 정치같이 되지만, 사실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큰 불이익 따르지 않는다는 안이한 생각해서 벌어지는 것”이라며 “유권자와 시민단체의 감시 체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치대학원 교수도 “선거 때면 ‘우선 당선되고 보자’, ‘당선되고 나서 수습은 나중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근본적으로 좋은 후보를 선택하려고 하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