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든든하거나 불안하거나…2030세대의 '내일 없는 질주'
# 얼마전 취직한 20대 후반 남자는 다시 한번 좌절했다. 또 인턴이다. 졸업 후 2년간 인턴만 3번째 하고 있다. 정규직 보장도 되지 않는 인턴. 한달 월급은 100만원 남짓. 쌓여 있는 학자금 빚과 월세, 기타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턱 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저축은 꿈도 못 꾼다. 부담없는 연금이라도 하나 들까 생각은 하지만 내키지 않는다. 남은 돈으로 유흥가나 갈 생각이다. 아니면 평소 취미 생활인 레고(비싼 블럭 장난감)나 살까.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보이지 않기에 현재를 즐기는데 집중한다.
“내일 걱정은 내일하자”는 대한민국 2030 카르페디엠족. 이들의 시작점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개인 성향에 따라 스스로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실하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
미래가 없는 카르페디엠족. 이들이 사회·경제적 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우려는 없을까. 현재 대한민국 카르페디엠족의 모습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를 연상케 한다. 14~15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대전쟁, 페스트 등 재앙의 시기가 지나고 풍요로운 르네상스 시대가 찾아오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볼 수 있는가. 일종의 산다는 것의 기쁨을 구가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러한 휴머니즘이 자기 중심적, 이상적으로 변하면서 결국엔 현실 도피성으로까지 변질됐다. 이는 곧 문화적인 정체와 상업의 부실로 이어졌고 르네상스 시대의 몰락을 가져왔다.
“살아다오 나를 믿거든 / 내일을 기다리지 말고 / 오늘 꺾어라 생명의 장미를”(피에르 드 롱사르 ‘엘렌느에게 바치는 소네트’ 中)
장미꽃을 꺾는다는 표현은 정신적 즐거움의 경지에 오르라는 뜻이다. ‘카르페디엠.’ 선택하든 포기하든 우리 사회는 지금 카르페디엠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 ‘오늘을 잡아라’ 또는 ‘현재를 즐겨라’ 라는 뜻의 라틴어. 로마시대 시인 호라티우스가 ‘송가 I-XI’ 마지막 부분에서 ‘오늘을 잡아라, 내일을 최소한만 믿으며(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라고 언급한데서 시작됐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를 통해 유명해졌다. 주인공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은 영국 시인 로버트 헤릭의 ‘처녀들에게, 시간을 소중히 하기를’이란 시에 대해 말하며 학생들에게 “왜 시인은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고 했을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을 것이기 때문이지.”라고 얘기한다.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는 말이 라틴어 격언 ‘카르페디엠’, 영어로는 ‘Seize the day’와 같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