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 커피의 세계…생두 특성·불 조절 따라 맛 달라져
한 잔의 커피에는 작은 커피씨앗이 싹을 틔워 담기기까지 기나긴 여정이 녹아 있다. 품종 자체가 좋아야 하고 잘 열매 맺어야 하며 좋게 여문 것만 골라내 볶아야 한다. 또 잘 볶아야 하고 적당한 크기의 가루가 돼야 한다. 추출될 때도 물과 원두가루와의 비율, 추출 온도 등 조건의 하모니가 커피를 만든다.
커피 맛에 영향을 주는 많은 단계 중 중요한 것이‘로스팅(Roasting)’이다. ‘로스팅’은 커피 생두(Green Bean)에 열을 가해 조직을 최대한 팽창시켜 생두가 가진 여러 성분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작업이다. 로스팅이 길어질수록 생두의 색상은 진해지고 크기는 커진다. 캐러멜 향에서 신향을 거쳐 탄 향이 짙어지게 된다.
이창렬 빈스토리 대표는 “커피 생두는 신맛, 쓴맛, 단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로스팅’은 생두의 특성을 최대로 끌어내는 작업”이라며 “생두의 특성과 불 조절을 통해 다양한 맛이 표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 세아도라는 커피는 생두 껍질채 말린 내츄럴과 껍질을 벗겨 만든 워시드가 있는데 같은 종류지만 내츄럴은 중볶음 또는 오일이 보일 정도로 진하게 볶아야 하지만 워시드는 약볶음, 중볶음 으로 로스팅해야 맛을 최적화할 수 있다.
사람의 미각은 다양하기에 어떤‘로스팅 커피’를 먹는 것이 좋은지 많이 먹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전광수(49) 전광수커피하우스 대표는 단맛, 쓴맛, 신맛이 강한 각원두를 소개했다. 전 대표는 “일반적 커피전문점 체인의 커피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로스팅 커피의 참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생두 별 맛의 특성을 파악하고 먹다보면 로스팅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맛을 내는 생두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도미니카 파퓨아 뉴기니, 아라비카 종의 버번 등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원두 커피류다. 다른 로스팅 커피의 단맛이 약할때 블렌딩하는 소재로 쓰이는 만큼 초심자가 마시기에 좋다.
전 대표가 커피 본연의 맛이라고 부르는 쓴맛은 로부스터 종에서 주로 찾을 수 있다. 로부스터는 여운이 짧고 임팩트가 강하다. 쓴맛에도 첫 느낌이 쓴맛과 여운이 긴 쓴맛 등 두가지로 나뉘는데 로부스터는 첫 느낌이 쓴맛이어서 어느 한편으로는 로스터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전 대표는 “커피 회사들이 아라비카를 환대하고 로부스터를 천시하는데 세계적인 커피국가 이탈리아는 로부스터를 적절한 블렌딩을 통해 활용했다”며 “한국 시장에서 로부스터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은 원가 절감용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부스터 중에는 일반 아라비카종보다 1.5배나 비싼 것도 있다.‘로부스터WIB’라는 것으로 건조해서 껍질을 벗길때 생두의 은피를 뜨거운 물을 부어서 손으로 비벼 만든 커피이다. 크기, 컬러, 결점이 균일하고 아라비카보다 쓰기는 하지만 아라비카의 느낌이 난다.
신맛 생두에는 예멘 에디오피아, 하와이 코나, 탄자니아 케냐 피베리(오렌지 맛. 신맛과 단맛이 섞여 있음), 코스타리카 등이 있다. 전 대표는 신맛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은 아니지만 유럽 사람들은 신맛에 높은 점수를 준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커피에서 과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매력”이라며 “자연의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