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가 출연한 영화 제목부터 불편하다. ‘시체가 돌아왔다’란다. 지난해 여름께 영화 ‘고지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핑크빛 머릿결을 공개한 바 있다. ‘시체가…’ 속 그가 맡은 ‘한동화’란 캐릭터를 설명하는 단면이다. 8개월여가 지난 현재 그의 머리는 가지런한 검정색 단발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아직 영화 속 ‘동화’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김옥빈과 한동화가 교차점이 궁금하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그것이 무엇일까.
우선 불편함의 진실부터 파헤쳐봤다. 김옥빈은 스스로 어둡고 쎈 이미지임을 알고 있을까.
그는 “솔직히 그런 말 자주 들었다”면서 “이번 ‘시체가…’ 출연도 내 이미지를 알고 계신 이춘연 대표(‘시체가…’ 제작사 대표)의 적극 추천으로 이뤄졌다”며 웃는다. 이 대표는 앞서 여러 언론을 통해 영화 기획 단계부터 ‘동화는 옥빈이다’고 단언했단다. 극중 김옥빈이 맡은 ‘동화’에 대한 캐릭터 설명을 보자. ‘말 보다 행동이 앞서고, 뼛속까지 다크한 인물’. 설명만으론 로커 기질이 다분한 김옥빈과 딱 들어맞는다. 최근에는 한 케이블방송에서 록그룹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한 그다. 나아가 남자친구까지 현역 로커(그룹 스키조 보컬 허재훈)다.
기자의 어색함을 눈치 챘을까. 김옥빈은 난데없이 “동화가 너무 귀엽지 않냐”며 되물었다. 그는 다시금 “왜 귀엽지 않냐”며 해맑게 웃는다. 분위기 전환용 멘트다.
자신 역시 과거 동화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덧붙인다. 말 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이른바 행동파 여배우였다고.
그는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해서 철이 없고 당돌했다. 이 대표가 말한 ‘동화는 옥빈이다’는 말도 그런 내 모습을 많이 봐오셔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제는 나 스스로 그러면 안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공인으로서의 자세도 분명 생각하게 되고…”라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물었다. 화색이 도는지 곧바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대만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데뷔작 ‘여고괴담 4’를 제외하면 작품 속에서 한 번도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 본 경험이 없던 김옥빈은 “촬영 기간 동안 너무도 유쾌했고, 내 나이를 찾아 준 첫 영화”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즐거웠던 촬영 기간이 떠오르는 듯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옥빈은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을 드러냈다. 여자 연예인들이 보이는 이른바 내숭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여자답지 않게 큰 손과 발로 시선이 가자 “내 손 발 엄청 크지 않냐”며 자랑까지 한다. 4차원에 가까운 털털함이다. 자세히 보니 노 메이크업이었다. 완전 민낯이었다.
그는 “스스로 연예인이란 생각을 안 하고 산다”면서 “너무 막 돌아다녀서 이제는 소속사에서 표기한 상태다”며 파안대소다.
“‘시체가 돌아왔다’가 400만을 넘으면 이 대표님과 공개 뽀뽀를 하겠다. 근데 너무 쎈가. 하하하.”
참고로 이 대표가 김옥빈보다 36년 연상이다. 김옥빈의 불편함. 불편함이 아닌 솔직함이었다. 배우 김옥빈은 솔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