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제목이 이런가. ‘간기남’. 간씨 성을 가진 기남이란 남자의 이름? 아니면 간 기증을 해야 하는 남자? 그것도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어떤 심오한 뜻을 담은 말의 줄임말? 각설하고, 영화 ‘간기남’은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를 뜻한단다. 영화 제목부터 ‘간통’을 내세웠다. 자 그럼 노출은 당연지사다. 남성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길 미끼는 준비돼 있다. 바늘 끝에 매달린 미끼의 정체를 알아보자. 배우 박시연이다. ‘충무로 팜므파탈’계의 신흥 선두주자다. 미끼 수준을 넘어 이 영화 꼭 봐야 할 듯하다. 남자 관객이라면 충분한 이유는 된다. 박시연이 누드가 나온다니.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간통을 소재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다. 여기서 여자는 자신의 몸을 무기로 주변 남자들을 요리(?)한다. 자연스럽게 남자들, 특히 주인공은 여자의 유혹에 흔들리며 여러 에피소드가 파생된다. 여기까지는 간단한 줄거리의 뼈대다.
이 뼈대가 튼실한 기둥뿌리면 아름드리 퍼져나간 가지의 모양새로 눈을 돌려봤다. 굵직한 뼈대의 간결함은 분명 눈에 띈다. 기본 콘셉트이자 줄거리가 확실하단 말이다. 문제는 그 기본을 받쳐주는 주변 에피소드가 너무 너저분하다. ‘이쯤이면 이게 나와야겠지’ ‘여기서 이 정도가 적당하겠지’ ‘지금 쯤 지루할까. 그럼 이거 하나 보여주자’의 연속이다.
수준 미달의 혹평은 둘째 치고,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뻔하다. 주연 박희순은 언론시사회 당시 “작품성을 따지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며 미리 예방주사를 놔버렸다. 그럼에도 ‘간기남’은 ‘철저한 상업영화’를 표방했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무색케 한다. 장르의 기본 책임감과 캐릭터 간 최소한의 연결 고리조차 찾기 힘들었다. 이 정도면 평론가를 능가하는 한국 관객들에 대한 기본 매너 실종이다.
자 가장 큰 문제다. 이야기의 ‘냉탕온탕’ 회전수가 너무 많다. 시퀀스별, 또는 인물별로 스토리의 ‘온도변화’가 확확 바뀐다. 그 변화로 인해 ‘간기남’은 장르조차 불분명해져버린 잡탕 짬뽕이 돼버린 느낌이다. 그 변화의 중심축이 주인공 선우(박희순)다. 초반 시작은 코미디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 초반 시퀀스가 지난 뒤 수진(박시연)과 선우가 본격적으로 사건이 얽히면서는 에로틱 스릴러에 가까워진다. 사건에 얽힌 뒤 선우가 자신의 동료 형사들에게 쫓기는 부분부터는 버디 액션물로 갈아탄다. 중간 중간 선우가 자신의 조수인 기풍(이광수)와 만나는 장면에선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로 옷을 갈아입는다. 장르적 실험 또는 변화무쌍함, 그것도 아니면 감독의 탁월한 장르 조율 능력 등을 떠올려봤다. 아쉽게도 앞선 모든 부분이 생략된 짜깁기 스타일의 급조품 정도란 인상이 강했다.
워낙 스타일이 다른 그림이 한 작품 안에 들어 있는 터라, 각 시퀀스가 따로 노는 느낌도 강하다. 수진과 선우의 만남과 베드신이 주는 에로틱함, 선우가 사건을 파헤쳐가는 긴장감, 선우와 기풍이 만들어내는 코믹함이 물과 기름처럼 전체 작품 안에서 떠다닌다. 각각의 스토리가 논리적으로 연결점을 찾지 못하니 배우들의 캐릭터 역시 설득력을 잃은 채 그저 보여주기 위함으로만 존재한다. 선우가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 사건 발생 뒤 선우의 이해할 수 없는 뒤처리, 수진에 대한 선우의 뜬금없는 감정변화 등은 황당함을 넘어, ‘대체 왜?’란 말이 절로 나온다.
전반적으로 스릴러의 요소가 깔려 있음에도 바로 다음 장면이 예측 가능할 정도의 헐거운 스토리 구성도 문제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함이 크다.
2시간 동안 박희순을 비롯해 여러 조연 배우들이 필사의 노력을 펼치지만 성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간기남’이 가진 최대의 미덕이 배우 박시연의 노출 연기로 포커스가 맞춰진 이유가 최대 장점이자 스스로가 밝힌 최대의 단점이다. 개봉은 11일.